유로그룹의장, 남유럽 비하발언 '뭇매'…"술·여자에 탕진"
독일 일간지 인터뷰서 "남유럽, 술·여자에 돈 탕진 후 손 벌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이 남유럽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네덜란드 재무장관이기도 한 데이셀블룸 의장은 지난 20일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남유럽은 술과 여자에 탕진한 뒤 도움을 요청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남유럽 지도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과의 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 때 북유럽 나라들은 위기를 겪는 나라들과 연대를 보여줬다"며 "사회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연대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 역시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가진 돈 전부를 술과 여자에 탕진한 뒤 도움을 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지난 22일 유럽의회의 한 공청회에서 한 의원으로부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전혀 없다"고 일축해 남유럽 지도자들의 분노를 부채질 했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데이셀블룸 의장의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렌치 전 총리는 23일 페이스북에 "데이셀블룸 의장은 침묵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그는 독일 신문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를 겨냥한 멍청한 발언을 흘렸다. 그의 사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탈리아 중도 좌파 정치인으로 유럽의회 사회당그룹 대표를 맡고 있는 잔니 피텔라 의원은 "남유럽 나라들에 대한 수치스럽고, 차별적인 발언"이라며 "이런 시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유로그룹 의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우구스투 산투스 실바 포르투갈 외교장관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라며 "그가 유로그룹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유럽의회 내 최대 그룹인 유럽국민당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 역시 "유로존에서는 책임과 연대 못지않게 존중도 중요하다. 고정관념이 설 자리는 없다"는 트윗을 날렸다.
한편, 네덜란드 재무장관을 겸하고 있는 데이셀블룸 의장은 최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자신이 속한 노동당이 참패함에 따라 곧 장관직에서 물러날 처지에 놓였으나 유로그룹 의장 임기는 원칙적으로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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