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영원히 우리 가슴에…단결해 테러와 싸울 것"(종합)
브뤼셀테러 1주년…공항·지하철역 테러현장서 추모행사
'연대' 표시로 1분간 경적…오줌싸개 동상도 '소방관' 변신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의 수도'를 강타했던 브뤼셀 연쇄 자살 폭탄테러 1주년을 맞은 22일 끔찍했던 테러현장을 비롯해 벨기에 곳곳에서는 추모행사가 잇따라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한 마음으로 테러 위협에 맞서 단결해 싸울 것을 다짐했다.
오전 7시 58분 브뤼셀공항 청사앞.
맑은 하늘 아래 필립 국왕 부부와 샤를 미셸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 희생자 가족들과 구조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숙였다.
'오전 7시58분'은 당시 브뤼셀공항에서 테러범인 이브라힘 엘 바크라우이와 나짐 라크라우이가 첫 번째 폭탄을 터뜨린 시간이다.
참석자들은 첼로 선율 속에 희생자 16명의 이름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묵념하며 이들의 명복을 빌고 단결해서 테러의 위협에 맞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브뤼셀공항 관계자는 희생자의 이름을 낭독한 뒤 "2016년 3월 22일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여기에 단결된 모습으로 서 있다"고 말했다.
필립 국왕 부부는 한 시간여 뒤인 오전 9시 11분에는 브뤼셀 시내 유럽연합(EU) 본부 인근의 말벡 지하철역에서 두 번째 추모행사를 주도했다.
당시 말벡 역에서는 세 번째 폭탄테러로 16명이 숨졌다.
필립 국왕은 말벡 역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테러현장에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말벡 역 주변에서는 지하철과 버스, 트램, 택시, 승용차들이 1분간 멈춰선 가운데 경적을 울리며 테러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와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의 뜻을 '시위'했다.
이어 말벡역 인근 EU 대외관계청(EEAS) 건물 앞 도로에서는 필립 국왕 부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브뤼셀 폭탄테러 추모비 개막식이 열렸다.
폭발물 파편을 형상화한 작은 구멍이 뚫린 휘어진 모양의 두 개 스테인레스 강철로 만들어진 추모비는 희생자 32명과 부상자 300여명을 낳은 테러의 참상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건립됐다.
파리 테러범과 브뤼셀 테러범들이 자랐고, 브뤼셀 시내에서 이슬람교도들이 밀집해 살고 있어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된 몰렌벡에서는 이날 초등학교 학생들이 테러 희생자 3명을 만나 '반(反)테러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행사도 테러 위협에 대비해 중무장한 군인들과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계와 순찰을 벌이는 가운데 개최됐다. 특히 주변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는 브뤼셀테러 이후 테러 경보 4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3단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브뤼셀테러를 방지못한 탓에 '실패한 국가'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미셸 총리는 트위터에 "우리는 테러공격 희생자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단결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브뤼셀의 대표적 관광명소 중 하나인 오줌싸개 동상은 이날 브뤼셀테러 때 수습을 위해 헌신한 구조대원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나타내는 뜻에서 '소방관 복장'으로 관광객들을 맞았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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