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훔친 '딸셋 기러기아빠' 돕겠다"…곳곳서 온정의 손길
대형마트·백화점 돌며 기저귀 등 생필품 훔치다 입건
누리꾼들 "오죽하면 그랬을까"…본인은 도움 거부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어린 세 딸에게 줄 기저귀와 옷 등을 마련하기 위해 승용차에서 잠을 자며 절도 행각을 벌인 30대 가장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돕고 싶으니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여섯살 딸 쌍둥이와 세살배기 막내딸을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분유, 기저귀, 아동의류 등을 훔친 A(37)씨가 입건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날부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전화한 40대 여성은 경찰관에게 "나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100만원이라도 꼭 전달하고 싶다"며 A씨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경찰이 A씨 본인이 원하지 않아 알려줄 수 없다고 하자 이 여성은 "대신 전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경찰관의 계좌번호를 묻기도 했다.
"생활비를 보태주고 싶다", "뭐라도 사서 보내 주고 싶다"는 내용의 전화도 걸려왔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A씨 사연이 소개된 이후 이같은 전화가 10통 넘게 걸려 왔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도 A씨를 돕고 싶다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해당 기사에는 수천 건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특히, 소규모 무역상에 다니는 A씨가 최근 들어서야 월급 240만원을 받으며 아내와 세 딸을 책임져야 하고, 게다가 딸 1명이 척추 관련 희귀병에 걸린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누리꾼들은 '오죽하면 분유와 기저귀를 훔쳤겠느냐', '240만원으로 5명이 생활하면서 딸 치료비는 어떻게 마련하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실이 이러니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 하고 자녀도 가질 수 없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다만, A씨는 현재까지 도움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담당한 울산남부서 이재홍 경감은 "절도는 분명히 범죄이지만 사정이 딱해 우리도 도와주고 싶다"며 "하지만 자신의 범죄 사실이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봐 A씨가 도움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울산, 부산, 창원 일대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돌며 기저귀, 분유, 아동용 의류, 생활용품 등을 훔쳐 아내와 세 딸이 거주하는 전남의 처가에 가져다줬다가 입건됐다.
직장이 있는 부산에서 '기러기아빠' 생활을 한 A씨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대기 위해 거처를 마련하지 않고 자신의 낡은 승용차에서 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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