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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일회용 물티슈에 세균 '득실'…치명적 녹농균도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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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일회용 물티슈에 세균 '득실'…치명적 녹농균도 검출

90%가 세균 오염…유효기간·보관기준조차 없어

복지부 "위생용품관리법 제정해 안전관리 강화" 늑장 대처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음식점에 가면 일회용 물티슈(위생종이)로 손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닦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일회용 물티슈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 일회용 물티슈에서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키면서 항생제조차 잘 듣지 않는 '녹농균'과 '황색포도알균'이 나오는 등 세균 오염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무상 제주한라대 임상병리과 교수는 지난해 4∼6월 사이 제주도 내 대중음식점,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물티슈 55개를 수거해 미생물 오염도를 평가한 결과, 50개(90.9%)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대한임상검사과학회지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일회용 물티슈의 세균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각 물티슈의 수분을 멸균 컵에 짜낸 뒤 35℃ 배양기에서 18시간 배양했다.

이 결과 전체 조사 대상 물티슈에서 총 71개의 균주(菌株)가 분리됐으며, 세균 수로는 1㎖당 평균 4천140개가 검출됐다. 세균이 자라지 않은 물티슈는 겨우 5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2개의 물티슈는 ㎖당 1만6천670개의 세균이 자란 것으로 관찰됐다.

더 큰 문제는 물티슈에서 분리된 71개의 균주 중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고 해서 '기회감염균'으로 불리는 황색포도알균(15개)과 녹농균(3개)이 나왔다는 점이다.

황색포도알균은 100℃에서 30분간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 장내 독소를 만든다. 손에 상처나 염증 등이 있을 때 오염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심한 구토와 물 같은 설사, 경련·쇠약감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며 화농성 감염과 패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균은 항생제에도 잘 듣지 않는다.

녹농균은 패혈증·전신감염·만성기도감염증 등의 심각한 난치성 질환을 일으켜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세균이다. 하지만 각종 항생제에 내성이 심각해 치료가 쉽지 않다. 실제로 과거 일본에서는 항생제 내성 녹농균에 감염된 사람들이 잇따라 숨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무상 교수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물티슈는 한 번 사용 후 버리는 일회용품이지만 정확한 보관방법에 관한 안내가 없고 제조일과 사용기한 표시가 없는 제품이 상당수"라며 "이 때문에 수개월 내지 수년간 보관하면서 사용함으로써 심각한 세균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물티슈는 아직까지 유효기간이나 보관기준조차 없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위생용품의 규격 및 기준을 담은 고시를 개정해 오는 8월 16일부터 일회용 물티슈에 살균제나 보존제의 성분을 표시토록 했지만, 여기에도 물티슈 자체의 유효기간이나 보관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는 향후 위생용품관리법을 별도로 제정해 일회용 물티슈의 유효기간과 보관기준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관계자는 "개정한 고시에 유효기관과 보관기준에 대한 규정이 빠져 재개정하기로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위생용품관리법이 마련되는 대로 식약처와 협의해 일회용 물티슈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종한 인하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물티슈라면 세균을 묻히는 것과 다름없어 차라리 쓰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어떻게든 식사 전 손을 씻어야 한다는 점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가급적이면 비누로 손을 씻도록 노력하고 불가피하게 물티슈를 쓴다면 제조날짜와 밀폐 여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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