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벚꽃 소식 언제쯤…꽃 없는 왕벚꽃축제 되나
21일 개화 전망됐지만 축제 일주일여 앞두고 꽃망울 터질 기미 안보여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왕벚꽃의 원산지이자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이 들리는 곳'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제주에서 3월 하순에 접어들어서도 벚꽃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왕벚꽃축제가 꽃 없는 축제가 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23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벚꽃 개화는 기상청 정원의 표준관측목을 기준으로 발표한다. 관측목의 한 가지에 꽃이 세 송이 이상 완전히 피었을 때 개화했다고 말한다.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 여좌천의 벚꽃 관측목이 개화하는 등 다른 지역에서 개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제주의 관측목은 지난 11일 발아한 뒤 아직 꽃망울을 터뜨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평년값이 발아는 3월 9일, 개화는 3월 25일인 점으로 미뤄 발아 후 개화까지 16일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본다면 이달 말 개화해 일주일 뒤인 4월 초는 돼야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21일께 제주도에서 벚꽃이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크게 빗겨나갔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2∼5일 정도 빠르겠으며, 제주에서는 벚꽃이 3월 21일께 피어 개화 일주일 뒤인 28일께 절정을 이루겠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이날까지도 기상청 관측목은 물론 왕벚꽃축제의 무대인 제주시 전농로 부근, 애월읍 장전리, 제주대 진입로를 비롯해 제주시 종합운동장 일대, 연삼로 주변 등 왕벚꽃 명소에서 꽃이 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제주시 도두봉 입구와 신산공원 등 일부 지역의 '성미 급한' 나무만이 꽃망울을 조금 터뜨린 것이 전부다.
다른 봄꽃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상청 관측목을 기준으로 개나리와 진달래가 각각 지난 5일과 3일에 발아한 뒤 아직도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다.
벚꽃 개화·만발은 2∼3월 기온과 일조시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난해의 경우 평균기온이 높고 일조시간도 많아서 평년(3월 25일)보다 4일 일찍 개화해 3월 말 만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3월 초반 기온이 평년보다 5도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기온이 높아 벚꽃이 평년보다 빨리 폈지만, 올해는 3월 기온이 평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다음 주에도 기온이 평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고 말했다.
벚꽃 물결이 예상보다 늦게 찾아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제주왕벚꽃축제가 '벚꽃 없는 축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축제가 3월 31일부터 4월 10일까지라고는 하지만 제주시 전농로와 장전리에서는 4월 2일까지 행사가 진행되며, 그다음 주말인 4월 9∼10일에는 고도가 높아 꽃이 해안 지역보다 늦게 피는 제주대에서 진행된다.
과거에는 벚꽃축제 시기에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축제 일정을 변경한 적도 있다.
2002년에는 4월 4∼7일로 축제 일정을 잡았다가 꽃이 너무 일찍 펴 나무 밑에 선박용 통얼음을 깔아 만개 시기를 늦춘 일이 있었으며, 개화가 늦어지면 조명시설을 동원해 꽃이 빨리 피도록 한 적도 있다.
2015년에는 봄꽃 개화시기 예측자료와 4·3 위령제 일정 등을 고려해 축제 일정을 역대 가장 이른 3월 27∼29일로 정했다가 개막일을 앞두고도 벚나무들이 꽃망울을 좀처럼 터뜨리지 않아 주최측이 애를 태워야 했다.
이러다 보니 왕벚꽃축제의 성패는 개화·만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해 축제 일정을 잘 정하는 데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주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아직은 축제 일정을 옮길 계획은 없다. 축제 기간 즈음에는 벚꽃이 필 것으로 예상하고 행사를 준비 중"이라며 "과거에는 얼음까지 동원해 만개 시기를 조절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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