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前보좌관 "백악관의 사실 왜곡이 안보 위태롭게 해"
"미국의 세계 지도력 유지하려면 존경과 신뢰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 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의 사실 왜곡이 미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21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오바마 행정부와 영국 정보기관의 도청 주장을 언급하면서, 혼란스런 행동 양식의 일부가 되고 있는 백악관의 거짓 성명이 국가안보에 실질적이고, 잠재적으로 깊은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미국이 글로벌 지도력을 구축한 배경에는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이상의 힘 외에 사실에 기초한 합리성이 있다면서 지도력을 유지하려면 존경과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지속해서 사실을 은폐, 왜곡할 경우 우방과 적대국 모두에 미국의 글로벌 지도력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 중동전과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소탕, 이란 및 러시아 제재 등 미국이 주도한 국제 집단행동에서 많은 국가가 동참한 것은 미국의 대의에 동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이 미국이 내세우는 사실의 유효성과 심각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의도나 증거에 의문을 품게 되면 향후 이들 나라의 동참을 유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많은 조약상의 동맹들과 파트너들이 미국에 안보를 의지해온 것은 그들이 미국의 공약을 신뢰하고 미국이 그 의무를 지켜왔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미국의 약속이 자주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면 동맹들은 보장책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전통적 적국들과도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이런 측면에서 특히 미국 대통령의 말이 중요하다면서 지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동맹국 지도자들에 대한 도청이 공개된 후 이를 무마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재발 방지 약속이 필수적이었음을 지적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발언은 특히 중요하며 미국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핵심적인 계산이 이뤄진다면서, 국내적으로도 국민이 '총사령관'의 발언에 의문을 품게 되면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민의 지지를 모으는 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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