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사령관 출신 북아일랜드 前 부수반 사망
신페인당 협상대표로 '북아일랜드평화협정' 산파역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북아일랜드의 독립 무장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군(IRA) 사령관을 지낸 마틴 맥기네스 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수반이 21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66세.
맥기네스 부수반이 20일 자정께 북아일랜드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희귀 유전 질환을 앓고 있었고 최근 병원에서 지냈다.
맥기네스는 IRA를 이끌던 핵심 인물이었다. 민간인 시위대 14명이 사망한 1972년 '피의 일요일' 테러 당시 그는 21세의 나이로 IRA 부사령관을 맡고 있었다.
아일랜드공화국 특별형사법정에서 기소됐고 2년간 복역한 바 있다. 1974년 IRA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국 정보당국은 1980년대 IRA가 감행한 악명높은 공격들의 배후로 그를 지목했었다. 맥기네스가 여전히 IRA의 실질적인 지도자라고 판단했다.
무장투쟁을 이끌던 맥기네스는 무기 대신 평화를 선택해 40년에 걸친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는 '북아일랜드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을 끌어낸 산파 역할을 했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뒤 국제적인 압력에 밀려 북아일랜드 지방을 뺀 아일랜드를 분리 독립시켰다.
그러나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구교세력과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신교세력의 투쟁이 극심했다. 1969년 이후 지속된 신-구교간 충돌로 3천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 및 북아일랜드내 7개 신-구교 정파가 5년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1998년 4월 아일랜드평화협정을 타결했다. 맥기네스는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의 협상대표였다.
평화협정 타결로 북아일랜드에선 신구교파 공동정부가 출범했지만 평화협정의 핵심인 IRA 무장해제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평화협정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자치정부에 입각한 맥기네스가 과거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결국 IRA로부터 무장해제를 끌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아일랜드 평화가 안착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지난 2012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당시 자치정부 부수반인 맥기네스를 만나 악수한 모습은 영국과 IRA의 화해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떠올랐다.
지난달 맥기네스 부수반은 혈세 낭비 정책 스캔들로 사임 위기에 몰린 민주연합당 알린 포스터 자치정부 수반에게 독립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부수반직을 사임했다.
이후 공동정권이 무너지면서 북아일랜드에선 조기 총선이 실시됐다. 맥기네스는 부수 반에서 물러난 지 1개월 만에 사망한 것이다.
맥기네스와 함께 IRA, 신페인당을 이끌어온 동지 게리 애덤스 신페인당 의장은 이날 "그는 평생을 위대한 의지와 존엄, 인도주의를 보여줬다. 마지막 짧은 병상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았다"고 애도했다.
그는 "그는 평화와 화해, 나라의 재통일을 위해 지칠 줄 모른 채 일한 열정적인 독립주의자였다"고 덧붙였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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