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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첫 TV토론…마크롱·르펜 치열한 주도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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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첫 TV토론…마크롱·르펜 치열한 주도권 다툼

마크롱 "기성정당들 문제해결 못해"…르펜, 反이민 공세

아몽·멜랑숑 가세 설전…제1야당 피용, 힘빠진 모습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유력 주자 5명이 대선 전 첫 TV 토론에서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대선 1차 투표가 5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번 토론에서는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고조된 가운데 국가안보와 유럽연합(EU)의 문제, 이슬람 근본주의 문제를 놓고 후보들 간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대선 1차투표 지지도 선두인 마린 르펜과 현재 당선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에마뉘엘 마크롱이 토론의 주도권 경쟁을 벌였으며,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과 강경좌파 장뤼크 멜랑숑이 가세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에 비해 세비횡령 스캔들로 고전하고 있는 제1야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마크롱, 기성정당 무능 공격…르펜 "메르켈의 부총리 되고싶지 않다"

20일 오후 10시(현지시간)부터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TF1 방송으로 생중계된 토론에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따라 사회당의 아몽, 중도우파 공화당의 피용,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마크롱, 강경좌파 '프랑스 앵수미즈'의 멜랑숑, 극우 바람을 타고 각종 여론조사 1차 투표 지지도 1위를 달려온 르펜 등 5명이 나섰다.

제1야당 후보인 피용은 먼저 국가 안팎에 폭력과 무질서가 만연하다면서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측할수없는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부상, 이슬람의 위협 등으로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다"면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후보로서 안정감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마크롱은 "수십년간 어제의 문제들을 풀지 못한 기성정당들은 내일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극우성향의 르펜은 초반부터 유럽연합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자신이 반(反) 유럽 전선의 최선봉에 서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는 특유의 굵은 톤에 직설적인 화법으로 "나는 유럽연합이 아닌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서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의 부총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틀 전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이슬람극단주의에 경도된 남자가 군인의 총기를 탈취하려다 사살되는 일이 발생해 테러 경계의식이 한층 고조된 가운데 열린 이번 토론에서 르펜은 "사르코지 정부에서 1만2천500명의 경찰력이 감축됐고 이후 보충되지 않았다"면서 "안보 강화를 위해 경찰의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이민자 논쟁…르펜, 대폭 줄여야 vs 마크롱, 유럽연합과 공조해야

안보문제는 자연스럽게 이민정책과 프랑스 내 일부 이슬람교도의 극단주의 등에 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발언은 역시 극우성향 후보인 르펜에게서 나왔다.

그는 "프랑스에 매년 20만명이 들어온지 10년이 됐다"면서 "불법과 합법 이민 을 모두 제한해야 한다. 1년에 이민자를 1만명만 받아야 한다"며 급진적인 주장을 내놨다.

르펜이 안보와 이민자 문제에 대해 "재무장" "암살자들" "민병대"등의 강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며 강한 보수성향의 폐쇄적인 정책을 주장하자 사회당의 아몽은 "(사건사고기사를 다루는) 사회면에 중독된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강경좌파로 분류되는 멜랑숑이 "전쟁에 신음하는 나라에서 기뻐서 조국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면서 "이민자들이 자신의 집처럼 느끼도록 그들을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르펜은 "프랑스는 그들에게 더 줄게 없다"고 맞섰다.







중도로 분류되는 마크롱은 국경강화와 이민통제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국경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유럽연합 타 회원국들과 합의해 효율적인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민정책 외에는 강한 친(親) 유럽연합 입장을 견지하면서 르펜과 차별됨을 강조했다.

특히 마크롱은 르펜을 겨냥, "당신과 달리 나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결탁하지 않는다. 나는 유럽 안에서 강력한 프랑스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결선진출 유력 마크롱·르펜에 공격 집중…표심 향배 촉각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인 '라이시테'에서 비롯된 부르키니 착용 문제로 르펜은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작년 여름 프랑스의 일부 지방정부가 해변에서 부르키니(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로 이슬람여성이 몸을 가리며 수영하기 위해 입는 전신수영복) 착용을 금지하자 프랑스최고행정법원(콩세유데타)이 이를 무효화하는 등 논란이 인 바 있다.

'라이시테' 문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원칙론을 고수해온 르펜이 "이슬람 근본주의가 득세하고 프랑스의 안보상황이 폭발직전인 상황"이라며 보다 강력한 정교분리 원칙이 적용돼야한다고 주장하자 마크롱과 아몽, 멜량숑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개진하며 르펜을 압박했다.

특히 르펜이 마크롱도 부르키니에 찬성하고 있다고 하자 마크롱은 "내 말을 대신 해주는 사람은 필요없다"면서 "르펜이 프랑스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발끈했다.

현재까지 대통령 당선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마크롱에 대한 '연합공격'도 펼쳐졌다.

은행가 출신으로 친기업 성향으로 평가되는 마크롱이 기업들의 로비에 취약할 것이라는 공격이 르펜, 아몽, 멜랑숑에게서 나왔다.

특히 아몽이 마크롱에게 "당신을 믿는다"면서도 "제약업계, 석유, 금융업계의 로비를 받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냐"고 몰아세우자 마크롱은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청렴도 제고와 정경유착 근절 문제로 토론 주제가 넘어가면서 마크롱과 아몽이 자유롭게 토론을 주도했다. 그러나 세비횡령 스캔들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신세인 피용과 르펜은 이 대목에서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멜랑숑이 "우리중에 사법부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은 둘 뿐이다. 한 울타리 안에 넣지 마라"고 말해 청중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주제 뿐만 아니라 피용은 다른 네 명의 후보들에 비해 공격적으로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고 겉도는 시간이 많았다. 피용은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할때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으나 가족을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날 9시 정각에 시작한 토론은 세 시간을 훌쩍 넘겨 다음날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에 종료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40% 가량이 여전히 누구에게 표를 줄지 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번 TV 토론이 표심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들의 추이로는 대선 1차투표에서 르펜과 마크롱이 근소한 표차로 1·2위를 기록한 뒤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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