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말레이내 北군장비업체, 10년 넘게 매출 없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내 군장비업체가 실제로는 10년이 넘도록 단 한 점의 제품도 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레이시아 경찰 고위 당국자가 말했다.
20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들 기업은 단 한 대의 군사장비도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2005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현지인과 합작해 '인터내셔널글로벌시스템'이란 기업을 설립했다.
사실상 북한인 주주와 이사가 경영하는 이 기업은 이후 말레이시아 군과 경찰을 상대로 군사용 통신장비 납품을 시도하는 등 판촉활동을 벌였으나 실적을 올리지 못한 채 2012년 폐업했다.
북측은 그 직후 같은 제품을 취급하는 '인터내셔널골든서비시스'란 또다른 합작업체를 세웠지만 역시 매출을 내지는 못했다고 할릿 청장은 전했다.
할릿 청장은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이 기업은 2012년과 2014년, 2016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방위산업전(DSA)에도 참가해 제품과 안내책자를 선보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신이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군사용 통신장비 업체로 소개한 '글로콤'(GLOCOM)이 실은 업체명이 아닌 북측의 수출용 군통신장비 명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정찰총국과의 연계 의혹이 제기된 '인터내셔널 글로벌 시스템'과 '인터내셔널 골든 서비시스' 등 두 기업의 등록을 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북측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려고 현지인을 내세워 설립한 기업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콤 판촉 홈페이지도 말레이시아 인터넷 주소로 운영돼 왔다.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찰총국은 싱가포르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작년 7월 군사용 통신장비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에 팔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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