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용준 KCOC 회장 "나눠먹기식 ODA에 혈세 줄줄 샌다"
130개 무상원조 NGO협의체 수장 "효율적 ODA 위해 원조청 설치하자"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단일화된 창구 없이 경험과 철학이 부재한 정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비전이 빈약하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원조 분절화(分節化) 현상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해 ODA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 답은 하나, 유·무상원조를 통합하고, 독립기관인 '원조청'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박용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회장은 현재 유·무상으로 분리된 ODA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차기 정부가 시급히 서둘러야 할 과제로 '원조청' 설치를 제시했다.
지난달 23일 KCOC 정기총회에서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에 선출된 그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ODA의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범정부적 통합원조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유·무상 원조를 놓고 끊임없이 부처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고, 사업 내용도 '나눠먹기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국민의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국제협력기구(JICA)처럼 유·무상 원조를 통합해 정책 수립과 실행을 원활히 수행하고, 비용 절감과 함께 원조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전담기관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ODA는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맡은 무상원조와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수출입은행이 맡은 유상원조(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차관사업)로 나뉘어 시행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유상원조는 9천545억 원이고, 무상원조는 1조1천755억 원 정도다. 무상원조는 KOICA 6천304억 원, 외교부 2천83억원, 지방자치단체 9개를 포함한 42개 기관 3천368억 원 등이다. 여기에 민간단체 등 다자원조 금액 5천59억 원까지 합치면 2조7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가 권장하는 국민총소득(GNI) 0.7% 원조액의 0.14% 수준에 해당한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2020년까지 총액 4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 회장은 원조청 설치가 어렵다면 부처 간 첨예한 이견을 조정할 수 있도록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대통령 산하로 격상하는 방안이라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또 "위원회 격상도 어렵다면 최소한 무상원조만이라도 KOICA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부처 간 입장이 서로 충돌하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KCOC는 어떤 단체인가.
▲KCOC는 세계 여러 분쟁지역과 기근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및 개발원조 사업을 펼치는 한국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케어 등 130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개발 NGO의 협의체로,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협의지위를 획득했다. G20 서울회의, 부산 세계원조총회 등에서 시민사회포럼의 사무국 역할을 수행했다. 민간단체 해외봉사단 파견사업, 인도적 지원 민관협력사업, 민간단체 인큐베이팅사업 등을 하고 있다.
--KCOC 현안은 무엇인가.
▲민간협력기금이 정부 출연금에서 보조금으로 바뀌면서 급여도, 물품 대금도 못 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자발행 영수증을 개도국에서 받아 제출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이 처리 방식으로는 보조금 사용 내역 회계정리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 회원들의 ODA 활동이 위축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한국형 ODA의 문제는 무엇인가.
▲NGO들은 조건 있는 유상원조를 줄이고, 조건없는 무상원조를 더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NGO의 원조를 2%에서 OECD 평균인 10%까지 올려야 한다. '코리아에이드'와 같은 보여주기식(쇼업) ODA는 반대한다. ODA 사업은 일시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세밀한 계획과 차분한 운영방식을 통해 개도국 사회를 서서히 발전시켜야 한다.
--NGO들이 원하는 ODA는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밥 제공하고, 영화 보여 주고, 치료하는 이동형 지원방식(코리아에이드)보다는 예방 위주로 사업을 펼쳐야 한다. 음식을 짜게 먹지 않게 교육하고, 환경·보건·위생 분야 교육을 하는 것이 먼저다. 치료 위주로 사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식량 지원도 해야겠지만 식량 생산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NGO는 국익보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ODA가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목표다.
--대선후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세계시민 차원에서 국민이 ODA에 더 관심과 적극성을 갖도록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지금 ODA는 우리의 일부가 돼 있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나누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세계에 기여하고,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가 기여하자. 세계시민으로서 우리 국민을 키워 나갈 때 ODA가 툴이 될 수 있다. 한국 청년들이 세계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치인들이 ODA를 대하는 태도는.
▲정치인들은 국내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 국회는 ODA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 국회·정부·민간이 공통으로 다룰 수 있는 기구도 필요하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이름뿐이다. '코리아에이드'와 같은 지원방식도 처음부터 민간과 머리를 맞대고 진행했으면 비난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년 임기 동안 이뤄놓고 싶은 것이 있다면.
▲NGO와 정부, 모든 기관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노력과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다. 우리는 350여 명의 봉사자를 내보냈다. 우리가 뽑고 코이카가 펀딩했다. 국내 많은 청년이 교육을 받고 싶어한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예전에는 '원조'라는 단어를 썼다. 펀드에 개념이 들어있다. 그러나 ODA는 펀드와 함께 소프트웨어, 사람과 지식 등이 다 들어간다. 우리가 원조 효과성을 보이는 것은 사람 때문이다. 그리고 개발된 ICT가 있다. 한국의 ODA는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간이 하는 사업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 우리 청년들이 펼치는 ODA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팔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NGO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이 카카오톡을 열어 정보를 집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소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를 한국 청년들이 해내고 있다. 시대를 바꾸고 있다.
--봉사·기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기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NGO 활동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봉사하면 인생은 보람차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연세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인 박 회장은 1994년 르완다 난민사태 때 의료봉사를 나간 것이 계기가 돼 3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의사들을 설득한 뒤 1997년 '지구 희망의 손길'이라는 소망을 품고 '글로벌케어'를 출범시켰다. 이 NGO는 곧바로 코소보 사태에 투입됐고, 지금까지 20년간 세계 재난 현장을 날아가 봉사했다.
한국에 본부가 있으며, 베트남·캄보디아·방글라데시·모로코·레바논·네팔·필리핀·아이티 등 총 8개 해외 지부를 두고 있다. 단체는 2011년 공로를 인정받아 아산상 대상을 받았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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