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아베 '자유무역' 합창…트럼프 보호주의 경계(종합)
G20 재무장관 회의서도 우려 비등…獨재무 "우리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자유무역 옹호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국가들에도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두 정상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 박람회 세빗(CeBIT) 개막식에 함께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독일과 일본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서 "우리는 모두 무역과 투자에서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이만큼 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유무역과 투자를 통해 성장한 일본은 독일과 함께 개방된 체제를 유지하는 옹호자가 되기를 원한다"면서 일본과 유럽은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고 민주주의적 규칙을 보호하는" 국가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자유무역과 열린 국경, 민주적 가치를 놓고 우리가 많은 사람과 싸워야 하는 시기에 독일과 일본이 다투지 않는 것은 좋은 신호"라면서 "우리는 자유롭고 열린 시장을 원한다. 우리는 어떤 장벽도 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회동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6일 미국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고,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했다.
WSJ은 이날 개막식에서 메르켈 총리와 아베 총리 중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 자세를 두고 한 말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날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도 최근 몇년 간 공동 선언문에 담았던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내용을 미국의 반대로 담지 못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므누신 장관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주의라는 G20이 당면한 가장 긴급한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결정할 어떤 권한도 없어보였다면서 "우리는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일부 G20 국가들은 미국이 자유무역에 대한 분명한 의지 표명을 거부한 것을 위험한 길로 가는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오는 7월 함부르크에서 G20 정상회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미국을 원래의 자유무역 기조로 되돌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라고 FT는 덧붙였다.
다른 G20 국가들이 므누신 장관이 자유무역에 있어 좀 더 유화적인 입장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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