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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엔진·단분리 기술 상당 수준…대기권 재진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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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엔진·단분리 기술 상당 수준…대기권 재진입이 관건

北 재진입 기술 확보에 총력…전문가들 "상당한 시일 소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지난 1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연소시험을 전격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북한이 곧 ICBM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추진 시스템, 단 분리 등 ICBM 핵심 기술을 상당 수준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기권 밖으로 나간 ICBM이 다시 진입하는 데 필요한 재진입(re-entry)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것은 ICBM 추진 시스템에 해당하는 엔진이다. 1998년 '대포동 1호'를 시작으로 6차례에 걸쳐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한 북한은 이미 상당 수준의 추진 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연소시험에서 "연소실의 추진력 특성과 타빈뽐프(터빈 펌프) 장치, 조절 계통, 각종 변(밸브)들의 동작 정확성, 구조적 안정성과 믿음성"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엔진 장치에 터빈 펌프와 밸브 등이 포함된 점으로 미뤄 이번 시험에 사용된 엔진은 액체연료를 쓴 것으로 보인다.

액체 추진 시스템은 구조가 복잡하고 취급이 어려울뿐더러 연료를 충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우리 군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단계에서 선제타격하는 시스템인 '킬체인'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도 탄도미사일 추진 시스템을 액체에서 고체연료로 바꾸고 있다. 작년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지난 2월 '북극성 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는 고체연료가 사용됐다.

북한이 보유한 ICBM인 KN-08과 KN-14는 중거리 노동미사일이나 무수단미사일 엔진 여러 개를 묶은 '클러스터링' 방식의 추진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번에 연소시험을 한 엔진은 이들과는 다른 새로운 엔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ICBM 발사를 위해서는 엔진 출력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게 하는 유도장치가 필수적인데 북한은 이번 연소시험에서 보조엔진을 사용함으로써 미사일 자세 제어 기술을 보여줬다.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의 단 분리 기술도 상당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거리미사일은 보통 다단계 로켓을 쓰는데 적정 시점과 고도에서 정확한 단 분리를 하는 게 필수적이다.

북한의 대포동 계열 장거리미사일은 3단 추진 시스템으로 돼있고 KN-08과 KN-14는 각각 3단, 2단 추진 시스템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1단 추진체 연소가 끝났을 때 1단과 2단 추진체의 거리를 떨어뜨린 다음 2단 점화를 하는 '냉분리' 기술을 쓰는 것으로 평가된다.

냉분리는 1단과 2단 추진체가 붙어있는 상태에서 2단 추진체 점화와 동시에 분리되는 '열분리'보다 안전하지만, 실패 가능성이 큰 게 단점이다.


그러나 북한은 ICBM의 비행 마지막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을 벗어난 ICBM 탄두부가 표적을 향해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사거리 1만㎞의 장거리미사일의 경우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속도가 마하 24에 달하고 탄두부 온도는 섭씨 7천도를 넘는다.

이때 탄두부 표면이 플라즈마 상태가 돼 열화학 반응으로 표면이 깎이는 삭마 현상이 발생하는데 탄두를 보호할뿐 아니라 표면이 적정하게 깎이도록 함으로써 표적에 정확하게 떨어지게 해야 한다.

북한은 작년 3월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는 1천500∼1천600도 환경의 기계적 삭마시험으로, 7천∼8천도 고열에서 발생하는 화학 반응을 포함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난도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마지막 관문인 재진입 기술을 갖추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미국을 회담장으로 불러내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겠다는 게 북한의 속셈이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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