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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일꾼에게도 같은 품삯"…소액대출 조합 만드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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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일꾼에게도 같은 품삯"…소액대출 조합 만드는 청년들

데나리온 뱅크 창립 기독청년협의회 남기평 총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포도원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일꾼에게도 점심에 들인 일꾼에게도 저녁 무렵 일을 시작한 일꾼에게도 모두 1데나리온을 지불했습니다. 물론 이를 불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여기엔 모든 일꾼이 하루를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선 1데나리온이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남기평(34)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총무는 청년자조금융 '데나리온 뱅크'의 성서적 근거를 포도원의 일꾼 비유에서 찾았다.

청년자조금융이란 청년들이 소액의 출자금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무담보 무이자대출, 소액대출 등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EYCK는 전날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데나리온 뱅크 창립총회를 열고 창년자조금융 사업의 첫발을 뗐다.

이어 남 총무는 "자본주의의 관행에서는 납득이 어렵겠지만, 포도원 주인이 일꾼에게 품삯을 주는 방식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계산법"이라고 강조했다.

마태복음 20장의 1∼16절은 포도원 일꾼의 비유로 하늘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포도원 주인은 똑같은 품삯을 주자 투덜대는 일꾼에게 누구에게나 약속한 대로 1데나리온을 지불했으니 부당한 일이 아니라며 "꼴찌들이 첫째가 되고 첫째들이 꼴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 한다는 공동체의 정의를 강조한 것이라고 남 총무는 풀이했다.

또 이런 포도원의 비유는 공동체의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존 러스킨의 자비의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남 총무는 "데나리온 뱅크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경제 문화를 만들기 위한 청년협동조합"이라며 "청년들에게 하루 임금 정도의 여유를 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데나리온으로 이름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지난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 군(19)의 안타까운 죽음과 그의 가방에서 발견된 먹지 못한 컵라면 이야기를 꺼내며 "김 군의 안타까운 사연이 데나리온 뱅크를 창립하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끼니를 때울 여유조차 없이 정비 작업에 내몰렸던 김 군의 삶이 오늘날 청년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남 총무는 "데나리온 뱅크를 통해 일자리 문제와 학자금 대출 등으로 생존의 불안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자 한다"며 "한국의 청년들이 직면한 답답한 현실에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여유를 빌려주고자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데나리온 뱅크의 대출이 근본적인 삶의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청년들에게 잠깐의 숨통을 열어주는 일이 큰 삶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데나리온 뱅크는 여행·교육·여가와 같은 삶에 여유를 만들기 위한 비상금, 갑작스레 필요한 생활비 대출, 신앙인으로 함께 꿈을 꾸기 위한 대출 업무를 담당한다.

조합원이 아니어도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이용이 가능하다. 최대 50만 원을 대출해주며 비조합원의 경우 생활비 대출만 가능하다. 모든 대출은 대출심사와 두 차례 상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 이자와 상환방법 등을 대출의뢰인과 함께 의논하여 정하고, 그들의 재정 관리를 돕는다.

조합원 자격은 만 15∼39세 청년으로,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출자금 5천 원, 조합비 5천 원 등 최소 1만 원이 필요하다.

남 총무는 "모든 것이 효율 위주로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돈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작은 대안을 심고자 한다"며 "이윤의 관점을 벗어나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의로운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의 ☎ 02-742-3746.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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