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회 "특별법으로 일왕퇴위"…아베 "신속히 법안 제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국회가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중도 퇴위를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일본 국회 양원인 참의원과 중의원의 의장과 부의장은 17일 아키히토 일왕에 한해 중도 퇴위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국회 '견해'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제출했다.
다만 '왕위 계승은 황실전범(皇室典範·왕위 계승 방식을 규정한 법률)에 따른다'는 헌법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만큼 황실전범의 부칙에 '특례법은 황실전범과 같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퇴위 후 일왕의 지위와 호칭 등을 포함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왕의 중도 퇴위가 앞으로 선례가 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황실전범에는 왕이 사망할 경우 왕위 계승 1순위자가 즉위하도록 돼 있을 뿐 생존해 있는 왕이 퇴진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키히토 일왕은 작년 8월 "신체의 쇠약을 생각할 때 상징으로서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생전퇴위 의사를 표명했다.
퇴위 방식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여당 자민당이 특별법 제정 방식을 주장했지만 야권과 국민 사이에서는 황실전범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국 야권이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특별법 제정 방식이 국회 입장으로 정해졌다. 지난 1월 말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황실전범 개정' 주장(59%)이 '특별법 제정'(29%) 의견보다 2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본 정부·여당이 특별법 제정 방식을 고수한 것은 생전퇴위 문제가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이 헌법 개정을 노리는 정부·여당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국회는 이날 정리한 견해에서 퇴위와 관련한 법 정비 이후 '여성궁가(宮家)'의 창설 문제를 검토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현재의 황실전범은 여성 왕족이 결혼할 경우 '일반인'으로 공식 왕족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여성궁가'로서 왕적을 유지하며 왕실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이 같은 견해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퇴위 문제는 국가의 기본이자 미래에도 중대한 과제"라며 "법안을 작성해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특별법은 6월까지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2019년 1월에 왕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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