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장치 설치 안돼 범죄 표적…"창고에 보관하고 밝은 곳에 주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노점상에서 빵틀을 훔치거나, 화물차 배터리를 떼가는 등 영세 자영업자 생계 수단까지 위협하는 절도범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잠금장치가 설치되지 않는 등 보안이 허술하고 사람의 왕래가 잦은 길가에 그냥 방치하거나 세워두는 경우가 많아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경찰은 절도 예방을 위해 빵틀이 설치된 포장마차를 창고 등에 보관하고 화물차를 밝은 곳에 주차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지난 4일 대전 서부경찰서에는 "호두과자 포장마차에서 빵틀과 차량용 배터리가 없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노점상은 "호두과자 노점 영업을 하려고 아침에 와 봤더니 빵틀 4개와 조명을 켜는 데 쓰는 차량용 배터리가 없어져 영업을 못 했다"고 하소연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보니, 포장마차 주변에 늦은 밤 수상한 남성이 한 명 나타났다.
검은색 옷을 입고 모자까지 눌러쓴 이 남성은 백팩을 메고 포장마차 주변으로 들어갔다가 몇 분 뒤 가방 안에 무엇인가를 가득 넣어 나왔다.
수상한 이 남성은 이 포장마차에서 빵틀과 차량용 배터리를 훔친 절도범 A(55)씨였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대전의 붕어빵, 호두과자 노점을 돌며 16차례에 걸쳐 총 800만원 상당의 빵틀 79개와 차량용 배터리 3개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붕어빵 노점을 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일반 무쇠 빵틀이 아닌 고급형 빵틀만 골라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겼다.
경찰은 그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달 청주 흥덕구에서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50대 남성이 다른 붕어빵 노점에서 붕어빵 반죽, 단팥, 어묵, 고추장 등 식료품을 훔쳐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납품업자들이 포장마차 천막 안쪽에 식료품을 배달하고 떠난다는 점을 노려 범행했다.
지난 1월 대전에서는 레미콘 운전사들이 차량 배터리를 도둑맞는 바람에 시동을 걸 수 없어 일을 못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화물차 운전사들이 인적이 드문 주차장이나 길가에 차량을 세워두면, 늦은 밤 절도범 B(47)씨가 절단기를 들고 나타나 배터리만 떼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B씨를 검거해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지난 1월 14일부터 보름 동안 10차례에 걸쳐 총 300만원 상당의 화물차 배터리를 훔쳐 고물상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차 배터리는 외부에 노출돼 있다 보니 절단기로 쉽게 잘라갈 수 있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생계형 운전기사들이다. 배터리를 도난당하는 바람에 차량 운행을 하지 못해 하루를 공쳤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배터리를 새로 구입하는 등 경제적인 피해도 봤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별도의 보안시설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별도의 잠금장치를 마련하거나, 안전한 곳에 차량을 주차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는 정식 등록된 주차장이나 가로등이 있는 곳에 주차하고, 포장마차는 창고 등에 보관해야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생계형 영세상인을 대상으로 한 서민경제 침해 사범은 끝까지 추적,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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