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술 서부 고립 외국인 IS 대원, 남은 길은 결사항전뿐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패색이 짙어진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이라크 모술 서부에서 속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도주로가 막힌 외국인 대원들은 도시에 남아 결사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모술 출신 IS 대원들과 달리 상당수 외국인과 이라크 타지역 출신 대원들은 모술을 떠나지 못하고, 수천 명씩 무리 지어 도시를 탈출하는 민간인들 틈에 섞여 빠져나가기도 한다. 모술이 이라크군에 사실상 포위된 상태여서 외국인들이 시리아 접경 사막지대로 도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IS에 합류했다가 모술 서부에서 고립돼 최후까지 싸워야 하는 외국인 대원들의 실상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모술 서부에 남아 저항하는 IS 무장 병력은 1천500~2천 명 수준이다. 이들 가운데 70~90%가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중국, 타지키스탄, 러시아 등 외국에서 온 대원들로 추정된다.
IS 대원들은 최대 10명으로 팀을 이뤄 시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건물 지붕을 저격 포인트로 사용하고, 차량에 폭발물을 장치하면서 이라크군 공세에 대비하고 있다. 민가 내부에 터널을 파고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삼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 정예 대테러부대 사령관인 아델가니 알아사디 중장은 "이것이 그들의 최후 저항"이라며 "그들 가운데 99%는 죽으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외국인 대원들이 모술 동부에서 단위 부대를 지휘했지만 지난 1월 말 정부군에 함락된 뒤 티그리스 강을 건너 서부로 빠져나왔다. 모술 서부의 전투가 격렬해지고 있지만, 이들은 더 갈 곳이 없는 처지다.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는 미군 지휘관들은 모술 서부 전투에서 IS 지휘부가 외국인들에게 넘어갔고 이라크 내 IS의 세력이 쇠퇴하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사령관 조지프 마틴 소장은 WSJ 회견에서 IS 내 외국인 대원과 이라크인 대원 간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급료도 많고 더 좋은 처우를 받으며 더 좋은 무기를 지급받는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대원들이 현지 주민들과 이라크 출신 대원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IS는 2014년 모술을 장악하면서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리품을 내걸었다. 유럽과 걸프 지역 출신 전투원들과 행정 인력들은 의사와 교수들이 버리고 간 넓은 빌라들이 모여 있는 부유층 마을로 들어왔다.
외국인들은 이처럼 우대를 받는 데다 뾰족한 도주로도 없어 탈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IS 지도부에 줬다.
이라크군 고위 지휘관은 "현지인들은 전쟁터에서 도망하거나 친척들의 도움으로 숨어버릴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갈 곳이 없어 도시에 남았다"고 말했다.
테러리즘 연구원 히샴 알하시미는 광산 근무 경험이 있는 중국인들이 터널을 파는데 동원할 수 있어 IS로선 매우 귀중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모술 서부에 남은 IS 대원들은 방어시설을 보강하고, 드론에 폭약을 장치하거나 무기를 수리하며 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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