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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현실에서는 없어져야할 '군주'를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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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현실에서는 없어져야할 '군주'를 그리고 싶었다"

영화 '프리즌'에서 절대 악인 연기…"관객과 익숙한 한석규 변주 고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 특유의 말투가 있잖아요. 관객들이 저에 익숙해 있다는 것은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기도 하지요."

배우 한석규(53)가 절대 악역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즌'에서 죄수들과 교도관을 수족처럼 부리고, 바깥세상에 나가 범죄를 저지르는 '교도소의 제왕' 익호 역을 맡았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너털웃음을 짓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석규는 "관객들에게 익숙해진 한석규를 어떻게 변주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익호가 어떤 죄목으로 교도소에 들어왔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정글 속에서 영역 다툼을 하는 맹수들처럼, 치열한 생존싸움 끝에 제왕적 자리에 올랐음을 시사할 뿐이다. 초반에는 교도관의 입을 통해 "다른 재소자들의 눈알을 빼서 씹어 먹었다"는 무시무시한 전설로 익호를 표현한다. 그러다 배신자들을 응징할 때 악마적인 본모습을 드러내며 전설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한석규의 악역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넘버3'(1997), '주홍글씨'2004), '구타유발자들'(2006) 등에서도 선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악한 정도를 따진다면 익호가 단연 최고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수놈 하이에나를 떠올리며 연기했죠. 하이에나가 살아남으려고 살이 뜯기고, 눈알이 빠지는데도 끝까지 발버둥 치는데, 결국 살아남더라고요. 익호도 그런 이미지로 만들려고 했죠. 이미지가 떠오르면 말투나 걸음걸이, 표정 이런 것은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한석규는 중저음의 목소리와 느릿느릿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다. 실제로 그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 박자를 쉬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답변을 이어갔다. 그런 그가 이 작품에서는 말투를 반 박자 빨리하고 목소리 톤도 살짝 올렸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한석규, 저 양반 봐라'라며 저에 대해 익숙해 있는 것을 약간 깨뜨리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의 연기에는 박한 점수를 줬다.

"이 작품에서 제 연기의 점수는 65점 정도에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는 80점 정도 줄 수 있죠. 눈물을 흘리면서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나 임권택 감독님의 '짝코'(1980)야 말로 90점짜리 작품이죠. 제 소원이 있다면 '짝코'를 리메이크하는 겁니다. 하하"

한석규는 '프리즌'을 통해 '군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보면 군주가 되기 위한 좋은 면보다 폭력적이고 잔인하면서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비법을 써놓았다"면서 "'군주론'을 읽으면서 느꼈던, 현실 속에서 없어져야 할 군주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프리즌'은 신인 나현 감독의 데뷔작이다. 한석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중간첩'(2002)의 김현정 감독, '주홍글씨'(2004) 의 변혁 감독, '미스터 주부퀴즈왕'(2005)의 유선동 감독, '음란서생'(2006)의 김대우 감독 등 감독들의 데뷔작이거나 두 번째 작품들이 많다.

"저는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매너리즘에 빠지고 안주할 수 있는데, 신인 감독들은 한석규의 다른 면을 찾아내죠. 신인 감독들의 장점은 목숨 걸고 작업을 한다는 겁니다. 저도 신인 때 제 전부를 다 걸고 했죠."

한석규는 김래원을 비롯해 수많은 후배 연기자들이 롤모델로 꼽는 든든한 선배이기도 하다.

"많은 연기자가 본인 연기를 보면서 몸서리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후배들에게 안달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참고 기다리고, 계속(이 일을)하는 것이 중요하죠. 젊었을 때는 이루고 완성하고 정복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리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도착지점을 향해 계속 가는 것이죠. 저도 막상 도착지점에 가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러니까 계속 가야죠."

한석규는 앞으로는 희망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젊었을 때는 모든 것을 다 해본다는 것에만 정신이 많이 팔려있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습니다. 지금은 가능하면 제가 잘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선한 역이나 악한 역을 떠나 불완전하면서 꾸준히 도전하는 인물, 그러면서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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