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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파보면 나올 겁니다"…지형만 봐도 안 '문화재 도굴꾼'

경찰, 문화재 도굴하고 유통하려 한 일당 9명 검거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저기 파보면 문화재 나올 거에요."

문화재 도굴꾼들과 지난 1월 중순께 범행 현장을 찾은 경찰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굴꾼 A(48)씨는 너른 충남 태안군 갯벌의 한 곳을 가리키며 "문화재가 매장돼 있다"고 했다.

경찰이 A씨가 지목한 곳을 삽으로 파자 고려청자가 나왔다.

눈이 휘둥그레진 경찰은 이날 고려청자 1점과 도자기 파편을 수거했다.




A씨는 일반인이 보고 지나칠 만한 볼록한 갯벌 지형을 보고 문화재 위치를 간파했다.

태안군 갯벌에서 낙지나 소라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던 A씨는 갯벌 지형을 훤히 꿰뚫고 있는 토박이였다.

그는 갯벌에서 우연히 문화재를 발견했지만,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본격 문화재 도굴에 나섰다.

A씨와 함께 도굴에 가담한 사람은 모두 4명.

이들은 2015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이 갯벌을 샅샅이 뒤지며 매장된 고려청자 등 도자기 9점을 캤다.

이 도자기는 국보급 문화재는 아니지만, 고려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해 6월과 7월에 이들은 충남 보령시 외연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인근 해상에서 잠수장비를 이용, 문화재 도굴에 나섰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유통 역할을 맡은 B(51)씨 등 5명에게 도굴한 문화재 사진을 보냈다.




문화재 도굴 일당 4명 중 1명은 문화재 사진 9장과 함께 가짜 도자기 사진 3장을 보내 '단독 사기 행각'을 꿈꾸기도 했다.

B씨 등은 자금력이 있는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 문화재 구매를 권유했다.

사진을 받은 한 명은 '문화재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는 16일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이외에 서해안 일대에서 해양문화재를 발굴하는 일당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화재 도굴과 유통·밀반출 등에 대한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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