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강에 세계 첫 '인간 지위'…원주민, 보존싸움 승리
'황거누이 강' 법안 통과…150년만에 인간처럼 권리·의무 가져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약 150년의 긴 싸움 끝에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강에 대해 법상으로 인간의 지위를 끌어내며 이 강을 둘러싼 전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뉴질랜드 의회는 15일 북섬에 있는 황거누이 강에 법적으로 인간의 위상을 갖게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뉴질랜드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강이 법률상 인간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언론은 덧붙였다.
이번 법 통과로 이 강은 권리와 의무, 책임 등 인간이 가진 것과 같은 법적인 지위를 갖게 되며, 마오리족 공동체가 임명한 대표자 1명과 정부가 임명한 대리인 1명이 공동으로 이를 대변하게 된다.
뉴질랜드 각료인 크리스토퍼 핀레이슨은 "강에 법인격(legal personality)을 부여하는 접근방식은 독특하다"면서도 "이는 황거누이 강을 둘러싼 전통과 관습, 관행들을 인정받고자 하는 마오리족의 관점에 응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긴 황거누이 강은 북섬 중부지역에서 바다까지 145㎞를 흐르고 있으며, 마오리족이 신성시하는 수로다.
황거누이 강 주변의 마오리족 공동체는 1870년대 이래 이 강과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싸워왔다.
이에 따라 이날 의회의 법안 통과는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길었던 소송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지역 마오리족의 대변인인 제러드 앨버트는 정부가 이 강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오랫동안 걱정해왔다며 긴 싸움이 끝난 만큼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앨버트 대변인은 또 "우리는 황거누이 강이 불가분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북섬 중앙의 산들로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적이고 정신적 요소들을 포용하는 것으로 항상 믿어왔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정부와 마오리족 공동체 간 협상은 2009년 공식적으로 시작돼 5년 후인 2014년 타결됐다. 이어 지난해 관련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 법의 통과에 따라 마오리족 공동에 8천만 뉴질랜드달러(636억원)를 보상하고, 강의 보존을 위해 추가로 3천만 뉴질랜드달러(238억원)를 지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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