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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후폭풍…사과·배 안 팔리니 묘목도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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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후폭풍…사과·배 안 팔리니 묘목도 '찬밥'

식재 기피, 묘목값 곤두박질…과일값 회복 안 되면 반등 어려워

웰빙 바람 속 비타민·칼슘나무 강세…체리는 없어서 못 팔아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과일나무에는 '경제수령(經濟樹齡)'이라는 게 있다.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재배 방식이나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복숭아의 경제수령은 대개 15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과·배도 20∼30년을 넘기면 당도가 떨어지고 열매 크기도 작아져 경제수령을 넘긴 것으로 본다.

농민들은 이 시기가 되면 묵은 나무를 캐내고, 새로 묘목을 심는다. 해마다 묘목시장에서 유실수 거래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이유다.

올해 유실수 시장에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과·배·복숭아 등 전통 과일의 인기가 시들한 반면 체리·비타민나무·칼슘나무 등 수입 과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청탁금지법 이후 과일 소비가 급감하자 농민들이 신품종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최대인 충북 옥천 묘목시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감지된다. 이 시장은 전국 묘목 유통량의 30%, 유실수의 70%가 거래되는 곳이다.

16일 이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올해 유실수 묘목 가운데 가장 인기 끄는 품종은 체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국내에 밀려들기 시작한 체리는 지난해 500g에 1만원을 웃돌면서 인기 과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반영하듯 왜성대목(키 작은 다수확 품종)에 접을 붙는 체리 묘목은 1그루에 2만원을 웃돈다. 그나마 물량이 달려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 유럽 등지서 들여온 비타민나무(산자나무)와 칼슘나무도 웰빙 바람을 타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작목의 묘목 값은 5천∼6천원으로 작년보다 1천∼2천원씩 올랐다.

반면 사과·배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작목 모두 접목 1년짜리가 5천∼6천으로 전년에 비해 1천원 가량 떨어졌고, 수요도 급감했다.

청탁금지법 등으로 판매 못 한 사과·배가 창고에 수북이 쌓이면서 어려워진 농가 현실이 묘목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사정이 조금 나은 복숭아 묘목은 7천원으로 작년 시세를 유지하지만,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충청농원 지영옥 대표는 "유실수 묘목은 대개 전년도 과일 시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청탁금지법 이후 위축된 과일 시장 분위기가 그대로 묘목시장으로 옮겨진 느낌"이라며 "경제수령에 도달한 나무의 교체를 미루면서 상황을 지켜보거나 다른 품종으로 전환하는 농민이 많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FTA 직격탄을 맞아 정부가 폐원을 보상해주는 포도나무는 접목 1년생이 2천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묘목시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림농원 김정범 대표는 "경기가 장기간 침체의 늪에 허덕이면서 올해 묘목시장 매출이 10%가량 떨어지는 분위기"라며 "특히 건설경기에 민감한 조경수는 장세가 형편없다"고 진단했다.

옥천묘목영농조합의 김외식 대표도 "사과·배 같은 유실수 가격 하락이 묘목시장 전반의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며 "과일값 회복 없이는 당분간 묘목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단체는 이달 31일부터 5일간 열리는 제18회 옥천묘목축제가 침체된 묘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축제 기간 묘목 무료 배부, 신품종 전시, 꽃모종 심어가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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