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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없이는 자유도 없다"…밀과 토크빌이 말한 좋은 정치

서병훈 교수 '위대한 정치'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밀이 진중했다면 토크빌은 예민했다. 밀이 말 한마디, 걸음 하나하나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다면 토크빌은 타고난 재능을 발산하며 춤추듯 살았다."

한 살 차이의 자유주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1806∼1873)과 알렉시 드 토크빌(1805∼1859)은 국적도, 집안 배경도, 성격도 달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치를 동경했고, 정치에 관한 많은 글을 남겼다.

정치사상사를 전공한 서병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쓴 '위대한 정치'는 19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 밀과 토크빌의 삶을 추적하고 분석한 책이다. 지난해 저자가 한국정치사상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펴냈다.

저자는 가난한 문필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평생 부인만을 사랑한 밀을 '재미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밀은 '재미없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는 매우 성실했고,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반면 토크빌은 '뜨거운 남자'였다. 노르망디의 명문가 출신인 토크빌은 예민했고, 자주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9개월 동안 미국을 돌아다닌 뒤 대표작인 '미국의 민주주의'를 집필했다.

밀과 토크빌은 1835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양국 정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학문의 방법론 등에 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견해 차이와 개인적 환경 등으로 인해 1840년대 중반부터 교류를 거의 끊었다.

두 사람은 '좋은 정치'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밀은 급진적인 개혁 운동을 주도하면서 여성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지만, 토크빌은 '새로운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혁명과 공화주의를 두려워했다.

저자는 밀과 토크빌의 생애를 들여다본 뒤 두 사람 모두 '실패한 정치가'이자 '훌륭한 사상가'였다고 규정한다.

실패한 정치가로 단정하는 이유는 정치적 업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밀은 3년, 토크빌은 13년 동안 직업 정치인으로 일했으나, 이들의 활동은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작은 이야깃거리'에 불과했다.

저자는 "밀과 토크빌은 공의(公義)에 헌신한 지식인이었지만, 권력 의지가 약했다"며 "사람을 끌어모으는 능력도 부족했고, 신념이 너무 강고해 대중이나 동료 의원과 잘 지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밀과 토크빌은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고, 무엇보다도 '참여'가 정치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두 사람이 참여 민주주의를 설파했다면서 "밀은 모든 인민이 참여하는 정부를 꿈꿨고, 토크빌은 참여 없이는 자유도 없다고 역설했다"고 말한다.

그는 밀과 토크빌의 생애와 사상이 국내 정치인은 물론 지식인에게도 시사점을 준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보여주는 비지성적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비판하면서 "그들이 교육과 연구의 본분에만 충실해도 세상은 적잖이 달라질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책세상. 404쪽. 1만7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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