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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에 엎어져 죽을 때까지 글 쓸 것" 원로작가 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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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에 엎어져 죽을 때까지 글 쓸 것" 원로작가 강준희

한쪽 눈 실명 딛고 작품집 펴내…4·19 다룬 대하소설도 곧 발간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선비 소설가'로 잘 알려진 원로 작가 강준희(82) 씨가 한쪽 눈이 실명하는 등 좋지 않은 건강에도 작품 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충북 충주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는 강 작가는 최근 '강준희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펴냈다.

제1회 전영택문학상 수상작 '서당개 풍월을 읊다'와 '고향역', '우리공원 이야기'를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받은 그의 작품 8편이 실렸다.

충주시 연수동에 있는 그의 서재 겸 집필실 이름은 '몽함실(夢含室)'이다.

말 그대로 꿈을 머금은 공간이다. 방문과 창문만 빼고 사방이 온통 책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그는 꿈을 먹고 산다.

문명의 이기가 넘쳐나는 세월 속에서 지금까지도 육필 원고를 고집하는 그의 곁에는 닳을 대로 닳은 국어사전이 한 권 놓여 있다. 펜, 원고지와 함께 가장 절친한 벗이다.

지조와 청렴을 상징하는 원로 작가인 그는 1966년 신동아에 '나는 엿장수외다', 서울신문에 '하 오랜 이 아픔을'이 당선되고, 현대문학에 '하느님 전 상서'가 추천돼 등단했다.

지난해 선보인 소설 '우리 할머니'까지 소설과 수필 40여 편을 썼다. 충청 지역 소설가로는 처음으로 낸 문학전집은 미국 하버드대 도서관 소장도서 목록에도 올라 있다.

그가 '아 어머니', '미구꾼', '하늘이여 하늘이여' 등 서민의 애환과 삶을 조명하는 작품을 주로 쓴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맥이 닿아 있다.

어려서 가세가 기운 뒤 막노동, 엿장수, 연탄배달, 인분수거, 풀빵장수 등을 전전하며 세상살이의 모진 풍파 속에서 몸으로 깨우친 철학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충주·제천 지역 토속어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고, 독학으로 한학과 영어, 일본어를 터득한 내공도 엿볼 수 있다.

노환으로 차츰 시력을 잃어가고 몇 년 전 녹내장 수술 부작용으로 한쪽 눈은 아예 실명했지만, 대형 돋보기로 한 자 한 자 작품을 써내려 간다.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예전에 신문에 연재했던 5권 분량의 대하소설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4·19 학생혁명을 소재로 한 '촌놈'이다.

작품 하나 완성하는 데 보통 작가들보다 수십 배 고통스럽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강 작가는 "글을 쓰는 게 작가의 사명이라는 생각에 정신력으로 버틴다"며 "원고지에 엎어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심장의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다할 때까지 작품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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