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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런 위기에 외교안보 정책 중단하라니

(서울=연합뉴스)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이 일단락됐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은 여전히 일촉즉발의 위기다. 북한은 우리 머리맡에 시한폭탄과도 같은 핵과 미사일을 두고 날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이 계속되는 등 동북아 긴장도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철저한 위기관리를 바탕으로 외교·안보 현안에 신속하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특히 안보 태세에는 한시라도 소홀함이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탄핵당했으니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현 외교·안보 부처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단체인 '한반도평화포럼'은 13일 기획위원회 명의의 '긴급 논평'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모든 정책의 탄핵을 의미한다"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 안보 관료들이 즉각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 배치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따르지 않으면 현 외교안보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논평은 외교안보 정책 책임자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고 '부역 행위'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단순한 민간단체의 논평이라면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단체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 부처의 고위직을 지낸 진보 성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 이사장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정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옛 여권 일각에서 진보 진영이 벌써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세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촌각을 다투는 외교·안보 사안이 산적한 때 대통령이 파면됐다고 정책 당국자들한테 손을 놓고 있으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부적절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직 사회의 기강 해이와 복지부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고위 공직자들이 탄핵 정국의 혼란을 떨쳐내고 심기일전해도 모자랄 판이다. 대선까지 나라 안팎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미·중·일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안보 현안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라고 하니 한미 간 긴밀한 협의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모든 정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5∼16일 미국을 방문해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방안 등을 협의한다고 하니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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