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 추모 분위기 속 열리는 PGA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파머 동상 제막·유품 전시 특별전도 개최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7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미국 골프 대중화의 주역 아놀드 파머가 주최한 대회다.
파머는 단순히 대회에 이름만 빌려준 게 아니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그의 손길이 미쳤다.
1974년 베이힐 골프장을 사들인 뒤 최적의 대회 코스로 만들었다.
대회 수준을 높이는데도 열심이었다. 대회에 앞서 일일이 편지를 보내 선수들에게 출전을 요청했다. 대부분 선수는 파머의 이런 정성에 웬만하면 이 대회를 거르지 않았다. 출전 대회 선택에 까다로웠던 타이거 우즈(미국)도 이 대회는 빠지지 않았다.
대회 기간 내내 코스에 머물면서 선수와 프로암 손님을 극진히 보살폈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등 잠시도 쉬질 않았다.
최종 라운드가 끝나면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건네주며 어깨를 두드리는 파머의 모습은 올해부터 볼 수 없다.
그는 지난해 9월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이번은 그가 타계한 뒤 처음 열리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다.
파머가 없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예년과 많이 달라진다.
파머 혼자 맡던 대회 호스트는 무려 5명이 나섰다. 피터 제이컵슨(미국), 커티스 스트레인지(미국) 등 2명의 원로 골퍼와 그래임 맥도월(북아일랜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공동 주최자를 맡았다. 또 파머의 친구인 톰 리지 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도 공동 주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맥도월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의 빈자리를 우리가 메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골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헌신한 파머의 위대한 유산과 열정을 최대한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파머는 대회 기간에 주로 16번홀 그린 근처에서 경기를 관전하곤 했다. 지나는 선수와 갤러리에겐 익숙한 모습이었다.
올해부터는 선수와 갤러리는 16번홀이 아니라 1번홀과 10번홀 사이에서 파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지난 12일 이곳에 파머의 동상이 제막됐다. 강력한 스윙에 이어 괴상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독특한 피니시 자세를 그대로 재현했다. 파머가 1964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때 모습이다.
동상을 둘러싼 울타리는 없다. 누구나 다가가서 만질 수 있다. 언제나 팬이 요청하면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같이 찍어주던 파머의 친근했던 생전 면모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장 곳곳에서 파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파머가 늘 경기를 지켜보던 16번홀 그린 옆에는 파머가 타던 개인용 골프 카트를 세워놓았다. 골프 카트엔 파머가 평소 라운드할 때 쓰던 골프채를 담은 캐디백이 그대로 실려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파머의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라트로브 저택에서 가져온 유품을 대회장에서 전시한다. 각종 대회 우승 트로피와 메달, 그리고 손수 만든 야디지북 등이 팬들에게 선보인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저마다 파머와 추억을 되살리며 숙연한 표정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골프월드와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이 대회를 거르지 않았던 건 어쩌면 더는 이곳에서 파머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제이슨 데이(호주)는 현지 신문에 "나는 파머가 우승 트로피를 건네준 마지막 선수"라면서 "내겐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출전 선수들은 파머의 상징인 무지개색 우산 로고를 옷이나 가방, 장비 등에 부착하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상당수 톱랭커가 불참한 데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초청 선수로 나온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이 대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파머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불참 선수를 옹호했지만,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스, 필 미컬슨(이상 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 것은 사실이라고 골프다이제스트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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