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집트-리비아 접경지에 특수부대 배치
시리아 내전 이어 리비아 사태도 개입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러시아가 리비아 접경 이집트 서부에 소규모 특수부대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러시아의 리비아 사태 본격 개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과 이집트 및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 러시아가 최근 리비아 국경 부근 이집트 서부의 한 공군기지에 특수부대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집트 보안 소식통들은 22명으로 구성된 러시아군 특수부대가 이집트 서부의 한 공군기지에 배치됐다고 확인했다.
미국 관리들도 러시아군 특수부대원으로 보이는 병력과 드론이 이집트-리비아 국경에서 약 100km 떨어진 시디 바라니에서 목격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초 이집트 북서쪽 지중해안 도시 마르사 마트루의 이집트군 기지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의 이집트 배치를 놓고 이집트 동부를 장악한 토브루크 임시정부의 최고 군사령관 칼리파 하프타르를 지원하기 위한 의도일 것으로 미국과 외교 소식통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 특수부대의 이집트 배치 보도와 관련,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이집트 관리들도 비보도를 전제로 외국 군대의 자국 배치를 확인했으나, 이집트군은 공식적으로 러시아군 병력은 없다고 밝혔다. 이집트군 대변인 타미르 알리파이는 "이집트 땅에 어떤 외국 군대도 없다"며 "이는 주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들은 하프타르 사령관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프타르 사령관 휘하 병력은 리비아 석유 수출항 통제권을 놓고 이슬람주의 민병대와 충돌을 벌여왔다.
앞서 미 아프리카사령부의 토머스 발트하우저 사령관은 지난주 상원 외교위원회 증언에서 러시아가 리비아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서 "그들이 시리아에서 한 것을 리비아에서도 하려고 한다"고 경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해 거둔 성공에 힘입어 리비아와 하프타르 사령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리비아 서부 트리폴리에는 이슬람계 정부와 제헌의회가, 동부에는 비이슬람계가 주류인 토브루크 정부·의회가 각각 들어서면서 정국 혼란이 지속됐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국은 지난 2년간 리비아에 특수부대와 군 고문관들을 파견했으며, 미군은 리비아군의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공습에도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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