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CIA에 드론 공습 작전권 다시 부여…오바마 '유산 탈피'
독자 작전권 부여, JSOC 등 군 '독점권' 시대 사실상 마감
예멘, 소말리아 등 다른 지역서도 부활 조짐, 인권단체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군의 '고유 영역'이던 테러범들에 대한 드론 공습작전권을 중앙정보국(CIA)에도 비밀리에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NYT),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미언론은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지휘부 등 제거 필요성이 큰 테러범들을 상대로 한 드론 공작에 CIA가 다시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테러전 완화 지침을 내렸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조치는 드론 공작 과정서 '고가치표적'(high value targets)에 대한 정찰과 정보 수집은 CIA가, 실제 타격은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를 중심으로 한 군이 각각 수행하도록 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원적인 대테러전 지침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라고 언론은 풀이했다.
CIA와 군의 이런 '합동 드론 공작'은 지난해 5월 파키스탄에 은신 중인 아프가니스탄 반정부 세력 탈레반 지도자 물라 만수르 제거에서 잘 나타난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테러전 수행 과정서 군에 드론 공습 '독점권'을 준 것은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서다. 비밀공작을 주로 수행하는 CIA는 드론 공습공작 과정서 테러 용의자나 민간인 사망자 수를 정확하게 보고할 필요가 없는 반면 군은 드론 공습작전 대부분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했다.
드론 공습 주도권을 뺏긴 CIA로서는 당연히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서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가 IS 등 테러와의 전쟁 강화를 천명하면서 CIA는 다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게 행정부 소식통의 설명이다.
주도권을 회복한 CIA의 첫 공작은 2월 시리아에서 이뤄졌다. 알카에다 창시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위인 아부 알카야르 알마스리를 제거하기 위한 드론 공습이 CIA '작품'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작전에 대해 CIA와 국방부 모두 확인을 거부했다.
소식통은 트럼프가 CIA의 드론 공습권한을 시리아에 국한했다면서도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등 유사 작전이 이뤄지는 다른 지역으로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달 초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한 파키스탄에서 두 명의 테러 용의자를 상대로 한 드론 공습작전이 알려졌지만, 국방부는 종래와 달리 이것이 군작전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CIA가 드론 공습공작 지역을 시리아 외 다른 곳으로 확대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동안 CIA, 국방부, 백악관은 대테러전에서 누가 주도권을 행사해야 할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의해왔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1월 21일 CIA 본부에서 간부진과 회동한 직후 CIA에 드론 공습권을 다시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조치에 대해 군 차원에서 긴급하게 대응책을 논의하자 행정부 내에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 앤더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부총재 등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고려할 때 이런 문화가 정착된 군이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더스 부총재는 "CIA는 대외정보 수집과 분석 기관이지 준군사조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드론 공습 주도권을 둘러싼 CIA와 국방부의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망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고위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과 이라크처럼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 밖에서 드론 공습, 특수부대 작전 등 대테러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사망자 방지를 강조한 오바마 행정부의 제한 규정을 철폐하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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