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 D-2, '네덜란드-터키 외교분쟁' 막판 변수 급부상
'단호대응' 집권 VVD·'反이슬람 재점화' 극우 PVV…"내가 유리"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오는 15일 네덜란드 하원 의원 150명을 선출하는 총선을 13일(현지시간)로 이틀 앞둔 가운데 '네덜란드와 터키 간 외교분쟁'이 선거의 막판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제1당 자리를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는 마르크 뤼테 총리의 자유민주당(VVD)이나,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극우 정당 '자유당' 모두에게 '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뤼테 총리는 지난 주말 자국 내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터키 개헌안 지지 집회에 참석하려던 터키 외무장관을 비롯해 두 장관의 입국을 거부함으로써 유권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네덜란드 언론들은 전했다.
반면에 모스크(이슬람 사원) 철폐·쿠란(이슬람 경전) 금지 등을 내세워온 빌더르스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가 주장해온 반(反)이슬람·반(反)이민 이슈가 다시 부각되면서 그동안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모멘텀을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와 터키 간 외교분쟁이 발생한 직후 여론조사기관인 '페일.nl'이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6% 이상이 뤼테 총리에 대해 "잘했다"라고 평가했다.
또 빌더르스 대표의 PVV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PVV 지지자 투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페일.nl'은 내다봤다.
사라 데 란제 암스테르담대학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뤼테 총리는 국제 분쟁에서 네덜란드를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서 이득을 보고, 빌더르스 대표는 네덜란드 내 터키인들이 네덜란드보다 터키에 더 충성심이 있다는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에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독교적 가치를 내세우는 기독민주당(CDA)도 네덜란드 전반에서 반(反)이슬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1일 터키 외교장관의 입국이 거부되자 네덜란드 정부를 '파시스트'라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뤼테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을 '너무 나간 발언'이라면서 "용인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빌더르스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받아쳤다.
GL(녹색좌파당)의 예시 클라버 대표는 "모든 정당이 내각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에르도안이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려고 할 때 우리는 같은 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단합을 촉구했다.
반면에 알렉산더르 페치톨드 D66(민주66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터키는 우리의 동맹 중 하나이고, 이웃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해 대조를 이뤘다.
여론조사 기관인 '페일.nl'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선에서 뤼테 총리의 VVD는 24석, 빌더르스 대표의 PVV는 2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초까지만 해도 PVV가 VVD에 12석 이상 앞섰던 것과 대비를 이뤘다.
이어 CDA도 PVV와 같은 22석, GL 20석, D66 17석 등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주말 네덜란드와 터키간 분쟁이 격화하기 이전에 조사된 것이어서 그 사이 표심이 어떻게 변했을지 관심의 대상이다.
이런 가운데 뤼테 총리와 빌더르스 대표는 13일 저녁에 'TV 맞짱 토론'에 나서게 돼 눈길을 끈다.
이른바 '총리 토론'이라고 불리는 이날 토론회에 다른 후보들은 초청받지 못했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