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중앙공원 개구리 서식지 놓고 시민단체-환경단체 갈등
시민단체 "서식지 옮겨야" vs 환경단체 "축소 방침 수용 불가"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시민 반발에 부딪혀 금개구리 서식지 규모를 당초 계획의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신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은 이마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환경단체는 금개구리 서식지 규모 축소에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끌어온 행복청의 미숙한 행정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행복도시입주자대표협의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행복청은 중앙공원 절반 이상을 논·습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논은 시민이 이용할 수 없고 습지 생태공원도 동절기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출입이 통제돼 이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앙공원 예정지로 이주시킨 개구리가 지난해 금강유역환경청의 조사 결과 307마리만 발견돼 이미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 중앙공원은 금개구리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택지개발 때문에 파괴되는 산과 논에 대해서는 묵인하고, 중앙공원에 논만 고수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우리가 낸 돈으로 공원을 망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 달 1일 중앙공원 내 금개구리 서식지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지역 환경단체는 금개구리 서식지 축소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축소안이 처음 제시된 지난 1월에는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행복청이 최근 금개구리 서식지 면적을 더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환경단체는 2년여간 평행선을 달린 생태공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면적 축소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는데, 행복청이 논 면적을 재차 축소하려 하는 등 우리의 진심을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시민협의회는 "행복청이 주민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생태공원 조성 원칙까지 훼손하며 논 면적을 또다시 줄이려 한다"며 "중앙공원은 원래 '생산의 대지'라는 논으로 계획돼 있었고, 금개구리 발견에 따라 논을 그대로 활용하기로 한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금개구리 서식지 축소안인 21만㎡ 내에서 구체적으로 논과 습지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논 면적을 줄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환경부에서 서식지 훼손에 대한 보존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고발' 등 행정조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개최 예정이던 행복청과 주민, 환경단체 등으로 이뤄진 '중앙공원 다자간협의회' 회의는 주민 반발로 무기한 연기됐다.
중앙공원은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세종호수공원 및 국립중앙수목원 조성 예정지와 금강 사이 장남평야 140만9천307㎡에 조성되는 도심 속 공원이다.
2011년 중앙공원 기본계획이 수립돼 추진해 왔지만 그해 말 장남평야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금개구리가 발견되면서 개발 사업이 중단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금개구리 보호를 위해 보전지역을 54만㎡로 두 배 늘려 조성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시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행복청은 최근 열린 주민, 환경단체와의 다자간 협의회에서 중앙공원 금개구리 서식지 규모를 기존 54만㎡에서 절반 이하인 21만㎡ 규모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충재 청장의 사퇴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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