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 유학생 간첩 구속…양안관계 험로 예고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만이 유학 중이던 중국인 학생을 간첩 혐의로 구속함에 따라 다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험악해질 전망이다.
12일 대만 언론매체에 따르면 타이베이지방검찰은 중국 국적의 저우훙쉬(周泓旭·30)가 당국의 간첩단 결성 지령을 받고 대만에서 포섭 활동을 벌여왔다며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랴오닝(遼寧)성 출신의 저우훙쉬는 지난해 대만 명문대인 국립 정치대의 MBA를 마친 다음 지난달 한 중국기업 임원 명의로 다시 대만으로 건너왔다.
이는 대만의 중국 유학생 중에서는 첫 간첩 사건 연루자로 향후 양안관계의 첨예한 갈등사안이 될 전망이다.
대만 법무부 조사국은 저우훙쉬가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로부터 간첩단 결성 지령을 받고 매분기마다 1만 달러의 공작자금으로 대만의 군경, 정보기관, 정치인 등을 포섭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대만 검찰측은 저우훙쉬가 최근 대만 외교부의 한 신참 관료를 포섭하기 위해 일본 관광자금을 대주고 외교기밀을 입수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4년간 평이한 유학생활을 했던 저우훙쉬의 페이스북에는 '삼민(三民)주의, 중국 통일' 등의 문구가 써있고 과거 훙슈주(洪秀柱) 국민당 주석과 악수한 사진도 남아 있었다.
지난해 5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 문제로 양안관계가 급냉각된 가운데 이번 사건은 적잖은 정치적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사안의 민감성을 예상한듯 대만 총통부는 논평을 피했고 대만 대륙위원회와 교육부는 사법기관의 의법처리를 존중한다면서 양안교류와 중국 유학생 유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대만판공실이 연루돼 있다는 대만측 주장은 완전한 날조"라며 "대만독립 세력이 중국의 대만내 첩보활동을 과장하기 위해 이번 일을 조작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측이 최근 대만 대학과의 학술교류 조건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라는 서약서를 받기로 하자 대만 당국이 이를 막는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은 대만 민진당의 당색인 '녹색테러' 논란을 야기하며 철회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 대변인은 "대만이 양안간 정상적인 대학간 교류에 간섭한데 이어 대만에 유학중인 중국 학생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 것은 양안간 교육교류와 동포감정을 해치는 것으로 양안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간첩 사건이 드문 일은 아니다. 중국과 대만은 1949년 분단 이후 지속해서 서로에 대해 첩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년전 중국에 첩보원으로 파견됐다가 중국에 포섭돼 각종 국방기밀을 누설해온 대만의 전직 정보장교가 지난해 징역 18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양안은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시절 간첩 혐의로 구속된 상대국 정보요원을 처음 교환하기도 했지만 차이잉원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계가 냉각되면서 첩보전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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