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사저입주 준비 마무리 단계…골목앞 지지자 운집(종합)
장판 교체하고 대형 TV·냉장고 등 집기류 속속 들어가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김현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사흘째인 12일 강남구 삼성동 사저는 주인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6시 40분께 장판을 교체하는 인부들이 속속 박 전 대통령의 사저로 들어가 2시간 만에 나왔다.
오전 10시께 난방기기 등을 실은 트럭이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집기류 등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30분 간격으로 속속 등장했다.
오전 11시 15분께는 대형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실은 가전제품업체 대형트럭이 왔고 설치기사가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사저 안은 보이지 않지만, 복도에 불이 밝게 켜져 있어 집 안 정리가 한창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를 비운 지난 4년간 낡았을 집을 수리하고 청소하는 건 오전에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도 짐을 실은 트럭이 몇 차례 드나들었고, 인터넷 설치기사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1∼2층 복도를 돌아다니며 상태를 살피는 게 입주 준비가 끝난 듯한 분위기였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사저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 지지자 수백 명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쥐고 사저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전만 해도 한갓지던 사저 앞 골목은 정오를 기점으로 지지자들로 가득해졌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엄마부대' 등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인터넷 방송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러 사저 앞에 모이자고 홍보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부동산을 한다는 이종삼(64)씨는 오전 9시 45분께 아내와 함께 사저를 찾았다. 지지자 중에는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배신감을 느낀다"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 문명주(60)씨는 "전날 태극기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고 이렇게라도 찾아오면 대통령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동산 문을 닫고 찾아왔다"고 울먹였다.
지지자들은 청와대 문건이 담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처음 보도한 JTBC 취재진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는 등 사저 인근에 진을 친 기자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사저 인근 길목에는 나라사랑동지회, 구국동지회, 산악회 등 이름으로 '박근혜 국민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지지자들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을 외쳤다. 인파 속에는 '조작·선동·사기 탄핵 원천무효', '영원한 대통령', '사랑해요'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도 눈에 띄었다.
내외신 구별 없이 몰려든 취재진과 지지자들, 구경하는 시민들로 사저 근처 길거리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더럽혀져 환경미화원의 손길도 바빠졌다.
경찰은 사저 주변에 경찰병력 1천여명을 투입해 관계자 외 사저 접근을 막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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