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후 팽목항 달려간 文…명량해전 울돌목서 '재조산하'
"대한민국 하나 돼 희망 만들 때…그 시작이 팽목항"
(진도=연합뉴스) 박성우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첫 행선지로 택한 곳은 세월호 가족들이 있는 전남 진도의 팽목항이었다.
문 전 대표는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전해지자 KTX 열차를 이용해 팽목항을 방문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세월호 가족들의 만감이 얼마나 많이 교차하겠는가"라며 "오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팽목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일 것이라는 생각에 팽목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를 담은 팽목항 방문은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있기 전날인 9일 밤에 선거캠프 본부장급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후 사회적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뜻에서 팽목항 방문도 조용히 임종석 비서실장만 대동한 채 진행하려 했으나 동선이 외부에 새 나가면서 언론에도 공개됐다.
공교롭게 이날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탄핵 사유에 '세월호 7시간' 부분이 빠져 세월호 가족들이 다소 섭섭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표의 행보는 더 이목을 끌었다.
문 전 대표의 팽목항 방문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지지층을 다잡는 동시에 참사에서 촉발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세력에 정권교체의 진정성을 호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 상처와 분열을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온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하는데 그 시작이 팽목항"이라며 "그 각오와 의지를 다지는 심정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문 전 대표는 세월호 가족을 만나 친필로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이다'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방명록 날짜를 3월 10일이 아닌 4월 10일로 적기도 했는데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을 생각하다 보니 실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팽목항 방문이 자칫 '촛불민심'만을 챙기는 반쪽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 듯 발언을 조심하는 분위기도 읽혔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관저를 떠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한 생각을 묻자 문 전 대표는 "자세한 소식을 듣지 못해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 전 대표는 광주로 오는 길에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벌인 전투지에 들르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이순신 리더십'을 이야기 한 바 있는 문 전 대표가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의지를 다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의 '재조산하'는 문 전 대표가 올해 초 대한민국 핵심 화두를 제시하며 인용한 사자성어다.
당시 문 전 대표 측은 "임진왜란 때 실의에 빠졌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적어 준 글귀"라며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 충신의 마음으로 대한민국 재개조에 나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광주에서 1박 후 11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한다.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된 만큼 야권의 텃밭인 호남 민심을 듣고 새로운 라운드를 맞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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