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전쟁사가 중국사?…中, 동북공정 후에도 역사왜곡 계속"
박준형·이상훈 박사, 2001∼2015년 고구려 전쟁사 책 5권 분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이 국경 내에서 벌어진 일을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 했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2007년 끝난 뒤에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역사 왜곡 작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준형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박사는 이상훈 경북대 박사와 함께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에서 간행된 고구려 전쟁사 관련 서적을 분석한 결과, 동북공정 이후 고구려를 중국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이 분석한 서적은 '당려전쟁사'(唐麗戰爭史, 2001), '당동정장사사적고'(唐東征將士事跡考, 2003), '당정고구려사'(唐征高句麗史, 2006), '고구려군대여전쟁연구'(高句麗軍隊與戰爭硏究, 2010), '고구려전쟁사'(高句麗戰爭史, 2015) 등 5권으로, 모두 중국 지린(吉林)성에 있는 출판사들이 펴냈다.
동북공정은 중국 중앙정부 최고 학술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과 한반도 접경 지역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등 동북 3성(省)이 2002년 2월부터 공식 추진했다.
현재의 중국 국경 내에 있는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5년 기한의 역사 연구 프로젝트로 2007년에 일단락된 것으로 여겨진다.
박 박사는 "중국은 동북공정 이전까지는 당과 고구려가 대등하거나 당이 고구려를 정벌했다는 기조를 유지했으나, 이후에는 고구려를 당의 지방 정권 중 하나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책의 제목만 봐도 2010년부터는 고구려가 중국 역사라는 것을 당연시해 '당'(唐)이라는 주어를 뺐다"고 지적했다.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변화를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박 박사는 설명했다.
2010년에 출간된 '고구려군대여전쟁연구'의 제1장 제목은 '양한(兩漢, 전한과 후한) 시기 고구려 정권의 건립'으로 고구려를 중국 내의 일개 정권으로 깎아내렸다.
2015년의 '고구려전쟁사'는 17권짜리 '지린의 역사와 문화 연구총서' 중 한 권으로, 이 책의 저자들은 고구려에 대해 "(중국) 동북 대부분의 각 민족을 전쟁을 통해 통일시켜 놓았기 때문에, 중화민족과 동북 각 민족이 대융합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은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뒤 유민들이 중원(中原, 중국 화북지방), 신라, 돌궐, 말갈 등으로 흩어졌는데, 대부분 중원으로 빠져나간 것처럼 기술해 고구려를 중국의 일부처럼 인식하도록 했다.
박 박사는 "중국에서 동북공정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뒤에도 지방정부가 역사 왜곡 작업을 지원해 고구려사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동북공정 전후를 비교하면 중국인들의 사관(史觀)이 바뀌었음이 명확한데도,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고구려 전쟁사 연구 흐름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와도 관련이 있다"며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된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훈 박사는 "교육부, 외교부, 동북아역사재단 등 관계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며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해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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