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전문가들 "탄핵 인용으로 헌법 가치 재확인"
정치학자들 "한국 민주주의 공고화 상징하는 작품"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최평천 기자 =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정치 학자들은 헌법 가치를 재확인한 기회이며,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작품과 같다고 평가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오늘 파면 결정은 한쪽의 승리나 패배가 아닌 헌법 가치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헌재가 모든 국민에게 헌법 가치가 무엇인가 성찰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라고 평했다.
그는 "판결문을 보면 헌재가 헌법적 가치를 과거에 비해 폭넓게 해석했고, 국민의 권리에 더해 주권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주정치가 지향할 방향으로, 진취적인 형태의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이날 결정이 재판관 8명 '전원일치'였던 것에 대해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한국을 위해 지켜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를 따진 결과기 때문"이라며 "그 기준은 바로 헌법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은 보수적인데 오늘 판결로 보수의 가치를 확대했다"며 "법조문 상 범법 행위를 미시적으로 따지는 것보다 국민의 알권리와 국민의 시민주권, 대통령의 책무 등을 포괄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제도화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의 틀안에서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와 교정, 심판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이 되면 혼자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는 과거 스타일의 대통령제와 권력형 비리를 뿌리뽑고 단절할 수 있는 계기"라면서 "오늘 판결은 앞으로 우리 정치가 새롭게 나아갈 수있는 촉매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견 없이 재판관 전원이 파면 결정을 한 것은 사회 통합을 위해 다행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이견없이 단합된 의견을 제시한 것은 선고 이후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6대 2든 의견이 갈렸다면 재판관들의 이념을 따져가면서 국민들 의견이 여러갈래로 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이날 헌재 판결을 "사필귀정" 한마디로 평했다.
임 교수는 "대통령이 법을 위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배신해 결국 탄핵된 것"이라며 "헌법 교과서에도 나오는 퍼블릭 트러스트, 즉 국민이 대통령에 보낸 신뢰를 배반한 사안으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를 정확히 짚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판부가 사실상 모든 소추 사항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며 "헌법 위반으로 판단한 최순실씨 관련 내용 이외에 세월호 사태 등 다른 소추 사안에 대해서 탄핵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했을 뿐 대통령의 잘못임은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워낙 이번 탄핵 사건의 내용이 자명하기 때문에 8대 0으로 인용 결정이 나온 것 같다"며 "판사들은 판결로 말하는 사람들인데, 분명한 사건을 아니라고 말하기는 도저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