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헌재 최종 선고 쟁점별 판단(종합)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파면을 결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이권추구를 도우며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로 인해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하는 등 파면될 만큼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압박' 의혹에는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는 불행한 사태지만 발생 즉시 박 대통령에게 특정한 구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는 탄핵심판에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권한남용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이 다량 유출되고,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나선 것과 관련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반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최씨가 인사나 국무회의 자료 등 각종 기밀 문건을 받아보고 수정하거나 박 전 대통령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에 관여했다고 봤다.
대통령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이 유출된 건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지시해 대기업 출연금을 받아 최씨에게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맡긴 점, 최씨에게서 부탁받은 특정 업체의 대기업 납품을 해결해준 점 등도 모두 인정됐다.
헌재는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건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두 재단 설립과 최씨의 이권 개입에 도움을 줘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점도 지적됐다.
또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개입을 숨기고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해 견제·감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했고, 검찰과 특별검사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런 위헌·위법행위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중대한 법 위배행위'가 있었다고 헌재는 결론지었다.
▲ 공무원 임면권 남용
헌재는 대통령의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면직된 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문체부 1급 공무원의 사직서가 제출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사익추구에 방해됐기 때문에 인사 조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김 전 실장이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치 않다고 판단했다.
▲ 언론의 자유 침해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를 박 전 대통령이 압박하고 사장을 해임하도록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해봐도 세계일보에 누가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성실수행 의무 위반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서 비롯된 논란과 관련해 헌재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성실하게 직책을 수행했는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떤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만,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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