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기혼남성 사제 서품 검토해야"
독일 디차이트 인터뷰서 밝혀…"포퓰리즘은 악" 재강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성적인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혼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9일(현지시간) 독일 주간 디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신주의 규정을 없애는 것은 가톨릭 교회의 사제 부족 문제에 대한 해답은 아니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신앙이 검증된 기혼남성, 소위 '비리 프로바티'(viri probati)에게 사제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우리는 비리 프로바티가 (사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며 "또 그들이 어떤 사목활동을 할 수 있는지도 결정해야 한다. 일례로 오지에 보내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사제들의 결혼을 금지한 가톨릭 독신주의는 사제 부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가톨릭 교회에 속하지 않은 영국 성공회와 동방 정교회, 개신교의 성직자들에게만 이런 독신주의의 예외가 인정된다.
이에 교황청에는 독신주의를 폐지하고, 기혼남성이나 여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수십 년간 끊이질 않았다.
특히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브라질 등이 겪고 있는 극심한 사제난을 잘 이해하고 있어 기혼남성은 물론 결혼 때문에 사역을 포기한 이들을 사제로 받아들이는 방안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브라질의 클라우지오 휴미스 추기경도 이들 '비리 프로바티'를 사제 1명이 신자 1만 명을 사목하고 있는 아마존 등의 오지에 파견해줄 것으로 요청해왔다.
한편 교황은 이날 인터뷰에서 신의 존재에 의문을 가진 순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나 역시 공허의 순간들을 알고 있다"며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은 이들은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또 그는 서구 민주주의에서 포퓰리즘 세력의 부상을 다시 한 번 경계하며 "포퓰리즘은 악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포퓰리즘은 항상 나쁜 결말을 맺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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