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도·감청 폭로' 위키리크스는 트럼프 지원군?
폭로 시점, 러시아 커넥션 트럼프에 반전 기회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지원군 역할을 했던 위키리크스가 다시금 중앙정보국(CIA)의 도감청 문서를 대거 공개한 데 대해 의문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는 추정이다.
포린폴리시(FP)는 8일 위키리크스가 미묘한 시기에 CIA 감청 문서를 대거 폭로함으로써 러시아 커넥션 스캔들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 구하기에 나섰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FP는 위키리크스가 안보핵심 기관인 CIA의 내부 기밀을 대거 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음을 이례적인 것으로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특유의 트위터 화법을 통해 백악관 등의 공식 반응에 앞서 곧바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안이나 인물을 직접 거명해 비난해 왔으나 전문가들이 심각한 안보 위해 사안으로 지적하는 위키리크스 폭로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뉴욕타임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을 맹비난했으나 위키리크스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다.
FP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위키리크스의 최근 폭로로 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의 러시아 커넥션 스캔들을 모면하기 위해 난데없이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도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이뤄진 '타이밍'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도청 의혹을 정치 쟁점화한 지 3일 만에 위키리크스가 CIA 내부 문건을 대량으로 쏟아낸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반문했다.
FP는 이를 의심할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서 먼저 위키리크스가 그동안 최대한의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폭로 시점을 택해온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 3일 전에 민주당 간부들의 메일을 폭로해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 타격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커넥션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만큼 지난해 대선에 이어 다시금 트럼프 지원에 나섰다는 추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커넥션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정보당국을 '나치' 운운하면서 비난해 왔다.
위키리크스는 그동안 미국 측 기밀을 폭로해왔으나 러시아 기밀을 폭로한 적은 없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동안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러시아 측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판단해왔다.
따라서 CIA가 외국 해커로부터 컴퓨터 암호를 재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이번 위키리크스 폭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미 브레이트바트 같은 우익사이트는 위키리크스 폭로 직후 "CIA가 사이버 공격의 책임을 러시아 같은 나라들에 전가하기 위해 훔친 악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곧 트럼프는 러시아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CIA 위장 해커침투 작전의 희생자라는 것이다.
지난주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러시아 접촉설 등으로 곤경에 처한 시기였으며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이제는 정보당국이 누출 경위와 그 내용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수세적 상황으로 반전됐다.
FP는 설사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하더라도 러시아 측에 이용돼온 전력을 고려할 때 누가 문건을 유출했는지,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 폭로됐는지는 철저히 규명돼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과 크렘린 사이에 그들의 어젠다가 일치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것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자신들의 권력에 장애가 되는 정보기관들이 불신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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