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잿더미' 만드는 軍 사격장 산불…작년만 307㏊ 소실
전국 전체 산불 피해 면적 377㏊ 맞먹어…축구장 430개 달해
헬기 진화가 유일 수단…산림 당국 진화 의존도 61.8%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봄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에 산불 비상이 걸렸다.
이 가운데 이맘때 집중하여 실시되는 군부대 사격 훈련으로 인한 산불로 산림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전국 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은 무려 30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장(국제 규격 7천140㎡ 기준) 면적의 430개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의 산불 피해 면적이 377㏊인 점을 고려하면 막대한 산림이 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산불로 잿더미가 된 셈이다.
군부대 사격장 산불은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이 시기 전국 군부대의 공용화기 사격 훈련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산림 당국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봄철 산불 위험기간에는 군 사격 훈련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국방·안보가 우선인 데다 이미 정해진 시기에 여러 부대가 맞물려 사격 훈련을 진행하는 만큼 시기 조정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군 사격장 산불로 소중한 산림자원이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다.
◇ 최근 2년간 군 사격장 산불 피해 급격히 확대
10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생한 산불은 78건으로 307.46㏊의 피해가 났다.
이는 같은 해 전국에서 발생한 391건의 산불로 377.65㏊의 산림이 훼손된 것에 맞먹는다.
월별로는 3월이 27건에 256.96㏊로 전체의 83.3%를 차지했다. 이어 1월 15.97㏊, 2월 10.66㏊, 4월 9.46㏊ 등이다.
문제는 군부대 사격장 산불이 과거보다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44건에 93.02㏊이던 군부대 사격장 산불은 2014년 474.14㏊, 2015년 237.37㏊, 지난해 307.46㏊로 크게 늘었다.
접경지역이자 군부대가 많은 강원도 내에서는 지난해 20건의 군 사격장 산불로 14.7㏊가 탔다. 같은 기간 도내에서는 92건의 산불로 51.22㏊의 피해가 났다.
올해 들어 도내 전체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은 10건에 0.53㏊다.
반면 군 사격장 화재는 올해 들어 벌써 3건에 0.83㏊의 산림이 탔다.
지난 8일에는 화천군 하남면의 한 포 사격장에서 전차포 사격 훈련 중 불이 나 국유림 0.5㏊를 태웠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철원군 원남면의 군 사격장에서 81㎜ 조명탄 사격 훈련 중 불이 나 0.3㏊가 소실됐고, 지난 1월 11일에는 인제군 서화면 군 사격장에서는 60㎜ 박격포 사격 중 불이 났다.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군 사격장에서는 지난달 18일 밤에 불이 나 야산 0.5㏊를 태우고 2시간 만에 진화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 파주시 파평면 금파리 군 사격장과 적성면 무건리 훈련장에서 난 산불이 2∼3일간 이어져 수십㏊를 태웠다.
◇ "군 사격장 산불 진화 61.8% 산림 당국에 의존"
군 사격장 화재를 둘러싸고 산림 당국과 군 당국은 심각성은 공감하지만, 해법에는 다소 온도 차를 보인다.
산림 당국의 요구는 간단·명료하다.
산불 위험시기인 봄철에 산불 위험이 가장 큰 공용화기 사격은 될 수 있으면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군사시설인 군 사격장은 불발탄이 산재해 불이 나면 인력 진화가 불가능하므로 헬기가 유일한 진화 수단이다.
전국 산불 위험시기에 군 사격장 산불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 신속한 초동 진화가 어려워 산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봄철에는 언제 어디서 산불이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용화기에서 거대한 불꽃을 내뿜는 군부대 사격 훈련은 산림 당국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실제 2012년부터 지난해 4월 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군 사격장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진화 헬기는 453대다. 이 중 42.2%인 191대는 산림청 헬기다.
지자체 임차 헬기 89대까지 포함하면 군 사격장 진화 시 산림 당국 의존도는 61.8%에 달한다.
군부대 자체 헬기는 32.4%인 147대 불과했다.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이시형 교수는 "군 사격장 산불은 공용화기 사격 시 도비탄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사격장 산불 시 산림 당국 의존도가 높아 산불 위험시기에는 군 사격 훈련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불가피하다면 기존보다 관리 인원과 진화 장비를 더 늘려야 한다"며 "훈련 시에는 산불이 인근 야산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험 인식이 있어야 하며, 장기적으로 자체 진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군 당국도 할 말은 많다.
지난해 발생한 군 사격장 산불은 78건(산림청 통계)이 아닌 50건이고, 피해 면적은 산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군 사격장 주변은 불모지 작업으로 수목이 거의 없어 경제적 피해가 작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봄철에 이뤄지는 사격 훈련은 여러 부대가 사격장을 나눠 사용하다 보니 조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산불 우려가 클 때는 비 온 뒤 다음날이나 습도가 높은 오전에 사격하고, 산불 위기 경보 수준에 따라 사격 훈련 내용을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산불 위기 '경계' 또는 건조주의보 시에는 인화성 탄종의 사격을 금지하고, '심각' 또는 건조경보 시에는 곡사·직사 화기의 사격과 모든 탄종의 사격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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