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선고 D-1, 헌재 앞 집회·행진하며 '압박'(종합2보)
퇴진행동, 집회 후 헌재로 행진…탄기국, 헌재 인근 종일 대규모 집회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재영 이효석 기자 =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찬반단체 인용·각하 촉구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지 않고 저항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헌재 방향으로 행진하며 탄핵 인용을 촉구한 뒤 정리집회를 하고 오후 9시10분께 해산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 구속', '헌재는 탄핵' 등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헌재를 압박했다. 호루라기와 부부젤라 등도 불었다.
집회에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김도희 변호사는 "우리는 단 하나 결과만을 기대하고 있다. 헌재에 경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수호하라고 만든 헌재가 민심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고 탄핵 인용을 요구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8대 0 만장일치 탄핵 인용선고를 확신한다"며 "헌재가 역사와 1천500만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역행·퇴행 결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이 인용되면 선고일 저녁과 그 이튿날인 11일 탄핵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박근혜완전탄핵 비상농성단'도 탄핵 선고를 24시간 남긴 이날 오전 11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단 1% 기각 가능성도 용납할 수 없다"며 "헌재는 헌법을 위반한 중대 범죄자 박근혜 탄핵을 결코 기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헌재 인근에서 1인시위를 지속했다.
헌재 정문 앞과 광화문광장, 종로경찰서 인근 등에서는 종일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1인 시위와 퍼포먼스, 참배 등이 이어졌다.
탄핵 찬성단체는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하면 '파국'이라고 규정하고 저항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혹시라도 기각되면 우리는 헌재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하면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결의했고 농민·대학생과 촛불 시민들도 모두 거리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 인근 지하철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전날에 이어 노숙 농성을 한 탄핵 반대단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종일 '태극기 집회'를 했다.
오전에는 수십명이 모여 재판관 출근 시간에 맞춰 '탄핵 각하' 구호를 외치는 수준이었지만, 오후로 접어들자 안국역 4·5번 출구에서 서울경운학교 정문까지 삼일대로 일대를 메울 정도로 인원이 불었다. 주최 측은 집회에 12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군가 등을 따라부르며 헌재가 탄핵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내일 잘 될 것 같다. 헌재가 각하나 기각만 하면 다 용서된다"며 "아마 그러려고 그렇게 (선고를) 서두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헌재 선고를 예상했다.
김 의원은 "탄핵안이 각하하거나 기각되면 책임은 전적으로 국회에 있다고 본다. 제가 백수가 돼도 좋다"며 '국회 해산' 구호를 다섯 차례 외쳤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조원룡 변호사는 "좌파 본거지 부산에 가서 태극기 집회 위엄을 보이고 기운을 받아서 오늘 사태를 완결지으러 왔다"며 "역사의 준엄한 명령이므로 내일 탄핵은 반드시 각하되거나 기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변호사는 "8명으로 하는 재판(탄핵심판)은 명백히 위헌"이라며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을 지명하지 않는 것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의 직무유기이자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 특수전 부대 출신을 주축으로 구성된 구국청년결사대는 이날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대식을 열어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조형물 등을 물리력으로 철거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앞에서는 일부 탄핵반대단체가 계엄령 선포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탄핵 반대단체도 탄핵 인용 시 저항할 방침임을 밝혔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탄핵 인용 시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며 "다른 판단을 하는 헌법재판관이 있으면 우리는 그를 위헌적 국가반역자, 민족반역자, 역사적 반역자, 국가 내란을 주동한 자로 규정하고 그에게 국가적·국민적·역사적 심판을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탄핵 찬반집회 참가자 일부는 이날 헌재 인근에서 밤샘·노숙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병력 120개 중대와 경찰버스 360대를 동원해 헌재 정문 앞과 맞은편, 안국역사거리 등에 차벽을 세우는 등 헌재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사거리 남북간 이동을 막았다. 헌재 정문 인근 1인 시위자 간 거리를 20m로 넓혀 충돌 등에 대비했다.
한편, 배달겨레전국연대연합 등 일부 단체는 헌재가 어떤 선고를 내리더라도 승복해야 한다며 선고일 다음 날인 11일 촛불집회가 예정된 광화문광장과 태극기 집회를 하는 덕수궁 대한문 사이 중간지대에서 중재 집회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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