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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세 차례 바꿔입은 한국 병사…2차대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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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세 차례 바꿔입은 한국 병사…2차대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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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세 차례 바꿔입은 한국 병사…2차대전의 비극

앤터니 비버 '제2차 세계대전'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한 연합군은 포로가 된 독일 병사들 사이에서 동양인 남성을 발견했다. 처음에 일본인으로 잘못 알려졌던 남자는 양경종이라는 이름의 한국인이었다. 1938년 18살에 일본군에 징집된 양경종은 소비에트군, 독일군을 거쳐 마지막으로 연합군 포로가 됐다. 이후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남자는 과거를 숨긴 채 미국에서 살다가 1992년 숨졌다.

신간 '제2차 세계대전'(글항아리 펴냄)은 이 기구한 운명의 한국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인 영국 역사학자 앤터니 비버는 책 '스페인 내전' '디데이' 등을 집필한 유명한 역사 저술가다. 낡은 군복 차림에 텅 빈 눈을 한 양경종의 사진을 바라보며 비버는 "평범한 사람이 무시무시한 역사적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가를 양경종은 강렬하게 각인시켰다"고 서술한다.


1천300쪽에 달하는 책에서 저자는 각종 문헌과 자료뿐 아니라 소련 특파원의 기록, 독일 사업가의 일기 등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7년간 6천만 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대전쟁의 흐름과 양상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책은 흔히 제2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이 됐다고 보는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대신 그해 여름 만주-몽골 국경지대인 노몬한에서 벌어진 일본과 소련 간 전투로 초점을 옮긴다. 이 전투를 계기로 일본은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령 동남아 식민지 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태평양의 미 해군까지 공격했다. 책은 극동지역을 무대로 한 중국-일본-소련 간 분쟁을 지속해서 다룬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끊임없이 바꿨던 각국 지도자들과 군인들의 결정 과정, 대규모 전투를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그러면서도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던 수많은 이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그 때문에 전쟁의 끔찍함이 피부로 느껴진다.

책에는 일본이 식민지 한국을 상대로 자행한 전쟁범죄도 수차례 등장한다. 저자는 위안부들은 일본군이 한국에서 강제로 데려온 여자들이나 현지에서 잡아들인 다국적 여성들이었다면서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과 폭력성을 명확하게 지적한다. 일본군이 주둔하는 곳이면 위안부는 항상 존재했다. 싱가포르의 대표 명소인 래플스 호텔도 당시 "고위 장교들이 들락거리는 매춘굴"이었다.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다루지 않는 지역과 주제가 없을 정도로 포괄적이다. 50개의 목차 중에서 하나만 따로 떼어내도 읽어도 좋다.

김규태·박리라 옮김. 1천288쪽. 5만5천 원.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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