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농민들 격렬한 긴축 반대 시위…경찰과 충돌
그리스 통계청 "작년 GDP 성장률 0%…경기 정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8년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그리스에서 긴축에 대한 피로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부들도 긴축 반대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
에게 해 크레타 섬에서 건너온 농부 약 1천500명은 8일(현지시간) 아테네 도심의 농림부 청사 앞에서 농민들에 대한 정부의 세금 인상과 건강보험료 인상 등에 항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농민들은 올해부터 정부가 농민에 대한 소득세를 기존 13%에서 22%로 올린데다,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연료와 비료 등의 면세도 폐지함에 따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배편으로 전날 아테네에 도착한 농민들은 이날 농림부 고위 관리들과의 면담이 거부당하자 청사로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저지하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농민들은 진압 경찰에 양치기용 나무 지팡이를 휘두르고, 건물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가 하면, 청사를 에워싼 경찰 차량을 파손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이에 최루탄을 쏘며 맞섰다.
야니스 프사라키스라는 이름의 크레타 섬의 농부는 AFP통신에 "우리는 생계수단을 잃었다"며 "세금 인상 등 정부의 조치가 철회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뒤 2010년부터 국제채권단의 3차례에 걸친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는 그리스는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노동 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등 경제 구조 개혁과 함께 연금 삭감 등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통, 소방, 경찰, 의료, 문화재 분야 등 공공부문은 물론 언론사, 연금생활자, 학생에 이르기까지 사회 거의 모든 분야의 구성원들이 번갈아 거리로 쏟아져나오며 그리스에서는 거의 날마다 긴축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그리스 통계청은 작년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로 나타나 전년에 비해 증감 없이 정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치는 당초 예상된 GDP 0.3% 성장에 미달하는 것이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2% 후퇴한 저조한 4분기 실적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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