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칼 빼든 美·대화로 응수한 中…틸러슨 방중 담판 주목
美, 중국 ZTE에 천문학적 벌금…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 압박
왕이 "협상궤도로 되돌리겠다"…'대화신중론' 한미일과 엇박자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는 트럼프식 외교가 한반도 문제에서 점차 가시화하는 가운데, 미·중이 북핵 해법을 놓고 '일합'을 겨룰 태세다.
미국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속전속결식으로 진행하는 한편 강력한 대북 압박 행사를 주저하는 중국을 향해 칼을 빼 들었고, 중국은 오래된 '대화' 레퍼토리를 꺼내 들었다.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인 ZTE(중싱<中興>통신)에 대해 미국의 대(對)북한-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11억9천200만 달러(약 1조3천702억 원)의 막대한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에 '옐로우 카드'를 꺼내보였다.
작년 가을 북한과 불법 거래한 중국 기업 단둥훙샹(鴻祥)실업발전을 제재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가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2차 제재)으로 가는 1차 예고편이었다면 이번 조치는 2차 예고편인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에 대해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경고문을 발송한 셈이다.
오는 18∼19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의 일환으로 중국을 찾을 예정임을 상기하면 상대를 압박해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하는 트럼프식 외교가 미중관계에서 본격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틸러슨은 지난달 17일 독일 본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 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가용한 모든 수단을 써서"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방중 계기에 중국 측 카운터파트에게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쓸 수 있음을 시사하며 북한의 핵무장 셈법을 바꿀 수준의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국이 북핵문제를 협상궤도로 되돌리는 데 역할을 하겠다"며 대북 영향력 행사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화 카드로 맞섰다. "한반도 평화 체제를 마련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측이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서 서로 배려해야 한다"며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트랙을 병행 가동하는 형태로 대화의 판을 짜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결국 틸러슨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중간에는 대북 제재 압박 강화론과 협상론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않고 있는 한미일은 당분간 대북 제재·압박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핵무기 실전배치가 임박한 북한이 선선히 비핵화 협상에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기에 중국의 의도대로 협상 국면이 조기에 조성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서 한반도 위기 지수가 급상승할 경우 중국의 비핵화·평화체제 병행협상론에 트럼프 행정부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일부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차기 대선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도 변수로 거론된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핵동결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 병행론에 반대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CVID)'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 지난달 16일 독일 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세 나라는 'CVID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당장 한국 정부로서는 틸러슨 장관의 방한(17∼18일)과 그에 이어질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등 계기에 CVID 원칙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협상 모색에 대한 공동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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