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유럽각국 정치집회 불허 조처에 되레 '기세등등'
터키 장관, 독일행 강행…"국민과 만남, 아무도 못 막아"
전문가 "유럽 반응, 에르도안 지지율에 유리" 분석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잇따라 집회 불허 조처를 당하고도 되레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터키 장관은 독일 방문을 강행하고, 대통령 측근은 오스트리아 정상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7일 당초 예정대로 독일 방문길에 올랐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각국 총영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함부르크로 가서 우리 국민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우리가 함부르크에 있는 우리 국민을 만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함부르크 당국은 차우쇼을루 장관이 연사로 참석하기로 예정된 집회를 '안전 이유'로 불허했다.
집회 주최 측은 장소를 두 번이나 바꾼 끝에 세 번째 장소에서 허가를 받아냈다.
앞서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에서도 각각 총리와 장관이 나서서 터키계 정치집회 불허 의지를 밝혔다.
특히 크리스티안 케른 오스트리아 총리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터키의 정치 캠페인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키는 국외 정치집회에 관한 유럽 각국의 반발기류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부르한 쿠주 터키대통령 수석자문은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오스트리아 총리에게 가장 좋은 답변은 HS"라는 글을 올렸다. 'HS'는 성관계를 뜻하는 단어가 들어가는 터키어 욕설의 첫글자를 모은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독일 지방자치단체의 터키계 집회 불허 결정에 "메르켈 정부의 행동이 나치와 다르지 않다"는 극언을 써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터키정부의 이러한 반응은 서방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더욱 굳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럽 각국에서 고조되는 반터키 정서가 개헌 국민투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터키 정세 전문가인 셀림 코루는 "개헌 지지집회에 대한 유럽 각국의 반응은 오히려 터키에서 개헌 찬성여론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루는 "문제는 유럽 정치인들이 (터키 국민투표에 미칠 영향보다는) 국내 유권자들을 의식해 행동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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