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회사, 이란혁명수비대와 유대관계 회사와 호텔사업 참여"
美뉴요커지 "아제르바이잔측 파트너의 부패와 혁명수비대 유대관계 조사 대상"
트럼프 회사측 "몰랐다"에 "해외부패방지법은 몰랐다고 면죄부 안준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사가 사업파트너로 참여한 아제르바이잔 초호화 호텔 건설사업의 아제르바이잔 측 사업자가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루돼 있다고 미국의 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국 연방 당국의 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이 5성급 호텔사업에 참여한 사실은 아제르바이잔 측 사업체가 "아제르바이잔 기준으로 봐도 악명 높게 부패한" 정권 실세를 배후에 둔 재벌가 소유라는 점 때문에 이미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미국 언론들에 의해 거론됐으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국익과 사익 간 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업으로 꼽혔다.
미국 잡지 뉴요커가 6일(현지시간) 보도한 이란혁명수비대 연루 의혹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군사조직을 테러리스트조직으로 공식 지정할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회사가 '트럼프'라는 호텔명 사용과 실내 디자인 참여 등을 위해 계약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 타워 바쿠'의 아제르바이잔 측 사업체들은 지야 마마도프 전 교통장관의 아들들 소유로 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마마도프 전 장관과 그의 형제인 엘톤 마마도프 전 의원이다.
또 마마도프 일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유대관계가 있는 이란의 대 재벌가인 다르비시 형제들과 금융관계로 밀착돼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트럼프 회사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비롯한 미국의 부패방지 관련법들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뉴요커는 주장했다.
이 매체는 장문의 탐사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회사 임직원들이 뇌물제공이나 돈세탁, 기타 불법 행위에 연루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FCPA 법규상 트럼프회사가 마마도프 일가와 거래한 사실 자체가 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7년 입법된 FCPA는 미국 회사들이 물질적 이득이나 특혜를 얻고자 외국 정부 관리들에 대한 매수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외국의 사업 파트너 측의 부패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이득을 보는 것도 범죄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적절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외국 파트너 측의 부패 행위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에 적용한다. '몰랐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발뺌으로 법이 사문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다.
이 조항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 거래할 때 계약 체결 이전엔 물론 이후에도 "외국 파트너가 뇌물수수 등의 불법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세심한 감시를 한다"고 알렉산드라 레이지 '트레이스 인터내셔널' 대표는 뉴요커에 말했다.
해외에서 사업하는 기업 300여 곳이 공동으로 만든 트레이스 인터내셔널은 회원사들이 해외 사업을 벌일 때 FCPA에 저촉되는 일이 없도록 조사·평가 활동을 하고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외국 파트너사에 대한 평가 서비스를 한다.
마마도프가 대통령 측근으로서 정치권력을 이용, 막대한 부를 이룬 그 일가의 부패는 수년 전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바쿠 주재 미국 대사관의 전문이나 각종 국제 언론보도들로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아제르바이잔 기준으로 봐도 악명 높게 부패한"이라는 표현 역시 대사관 전문에 들어 있는 것이다.
레이지 대표가 비교 사례로 든 예를 보면, 지난 2009년 FCPA에 따라 부패 공모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핸드백 회사 두니앤버크의 공동창업자 프레데릭 버크는 아제르바이잔 파트너 측의 뇌물제공 행위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아제르바이잔에 뇌물수수가 만연함을 버크가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몰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국 파트너의 불법 행위를 '모르기 위해' 일부러 외면하는 "의식적 회피"도 범죄로 처벌토록 FCPA는 규정하고 있는데, 널리 알려진 마마도프 일가의 부패 행위에 대한 트럼프회사의 태도가 이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게 뉴요커의 주장이다.
지난 2010년 바쿠 주재 미국 대사관이 보낸 한 전문은 지아 마마도프에 얽힌 소문들에 대해 "아제르바이잔 측과 맺은 계약들과 관련한 많은 '창조적 부패 관행들'의 장본인으로 지목된다"고 묘사했다고 뉴요커는 지적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유대관계가 있는 다르비시 일가와 마마도프 일가간 관계에 대해, 트럼프 회사의 변호사인 앨런 가튼은 2015년까진 수상한 점을 몰랐으며 양자 간 관계에 대한 의혹이 진짜인지 그냥 "언론이 퍼뜨린" 소문인지 몰랐다고 말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그러나 한 기업 조사 전문가는 자신의 조사팀이면 다르비시와 마마도프간 관계에 대해 "2~3일 만에" 자료조사를 끝냈을 것이라고 뉴요커에 설명했다. 트럼프 회사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의혹들에 대해 "적절한 주의"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뉴요커는 트럼프 회사가 다른 미국 기업들과 달리 많은 해외 사업들에서 "적절한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는 점을 지적하고, 동시에 2015년 마마도프와 이란혁명수비대 간 관계 가능성에 대해 인지한 후에도 왜 2016년 12월까지 바쿠의 트럼프 호텔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했느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뉴요커는 아제르바이잔 파트너 측이 호텔 건설 사업을 하면서 현금거래를 위주로 하고 다양한 외국 업체들과 거래함으로써 불법자금이 섞여 있어도 그것을 추적하기 극히 어렵다고 지적하고 마마도프 일가의 능력 범위를 넘어선 막대한 투자금에 이란혁명수비대의 자금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마마도프 일가가 소유한 은행도 미국의 제재를 피해 국제금융망 접근로를 찾는 이란혁명수비대가 마마도프에 접근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뉴요커는 봤다.
마마도프 일가가 2008년 건설을 시작한 바쿠의 호텔은 2012년 트럼프회사가 참여키로 계약을 맺고 실내 디자인 등에 일일이 개입, 2015년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렀으나 현재 개장도 못한 채 방치돼 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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