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솔샘초교, 개교 3년밖에 안됐는데 '컨테이너 수업'
원주교육청, 12개 교실 증축공사…수요예측 부실 논란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꽃샘 추위속에 때아닌 눈까지 내린 7일 오전 8시 30분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 솔샘초등학교 교정.
개교한 지 3년밖에 안 된 새 학교 운동장에 어울리지 않게 자리한 컨테이너 교실동이 거대한 얼음덩이처럼 차가워 보인다.
두꺼운 점퍼 차림으로 등교해 컨테이너 교실로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이날은 개교 2년 만에 교실이 모자라 증축공사에 들어가기로 한 솔샘초등학교가 공사가 완공되기까지 임시 교실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컨테이너 가교실에 학생들이 입실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2014년 3월 새 아파트단지 내에 전교생 234명으로 개교한 솔샘초교는 개교 직후부터 전학생이 밀려들면서 2015년 전교생이 741명, 지난해에는 857명 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신입생 216명이 입학해 전교생은 확정학급 편성 기준 964명, 36학급에 달했다.
원주교육지원청은 그러나 개교 당시 학교 건물을 24학급 규모로 지어 개교 2년만인 지난해부터 교실이 모자라 학생 수요예측이 크게 빗나갔다.
이 때문에 솔샘초교는 지난해부터 교장실과 교무실·행정실·특별교실 등을 교실로 내주고 대신 비좁은 문서고 등으로 이전하는 등 심각한 교실난을 겪고 있다.
급기야 원주교육지원청은 지난 겨울방학을 이용, 1억원 가량을 들여 컨테이너로 4학급 규모의 임시 가교실을 설치해 6학년 전원을 수용했다.
냉난방시설이 갖춰진 최신식 컨테이너 교실이라지만 일반 교실보다 나을리야 없다.
컨테이너 교실에서 공부하는 한 6학년 여학생은 "복도나 옆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데다 화장실이 없어 본관까지 가야 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갓 도색한 컨테이너에서 나는 페인트 냄새 때문에 일부 여교사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한파나 폭염에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원주교육지원청은 오는 9월 초 완공 목표로 이달 중 12개 교실 증축공사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학부모들은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근시안적 행정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상희 학부모회 회장은 "교육당국이 보다 철저하게 학생 수요예측을 했더라면 학생들이 새 학교에서 평화롭게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교실이 모자라 컨테이너 교실이 세워지면서 아이들이 컨테이너 교실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 학부모 간 심각한 갈등까지 빚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전체 학부모 설문조사까지 거쳐 고학년이고 한 학년이 4개 반인 5, 6학년이 3개월씩 교대로 들어가기로 마무리했다.
고 회장은 또 "컨테이너 교실은 여름에는 실내 공기가 뜨거워져 에어컨을 틀어도 구토나 멀미 증세가 있다고 해 천장 등에 외부단열공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전례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학기 중 증축공사를 할 수밖에 없어 학생 안전사고와 분진·소음 등에 대한 우려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를 개교할 때 공사기간과 설계용역 등을 감안, 최소 4년 전에 설립계획을 세워야 해 미래 예측을 정확히 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이 지역은 특히 젊은 세대가 많아 가구당 학생 비율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각각 2005, 2011년 개교한 인근 무실초등학교와 만대초등학교도 수요예측 잘못으로 각각 개교 1~3년 만에 교실 증축공사를 벌인 바 있어 교육당국의 보다 치밀하고 과학적인 수요예측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yu62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