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겐키 야가와 日 원자력안전연구협회 이사장
"원자력은 잠재력 큰 산업, 생존을 위해 100년 내다보고 추진"
"100% 안전한 건 아니다…새로운 원전 정책 필요"
(경주=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겐키 야가와(75) 일본 원자력안전연구협회 이사장은 7일 "원전은 모든 나라가 최선을 다해 안전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100% 안전한 건 아니다"며 "이는 인간이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겐키 이사장은 이날 경북 경주에서 열린 원전안전성 증진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이후 원전에 대한 인식과 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새로운 원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까지 도쿄대 교수로 재직했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조사 검증위원회 위원장과 일본 학술회의 원자력 사고대응 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도쿄대와 토요(東洋)대 명예교수다.
다음은 겐키 이사장과 일문일답.
-- 한국도 지진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 작년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난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은 지반이 안정돼 지진 위험이 거의 없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후쿠시마 지진도 천 년에 한번 일어날 정도로 희박하다고 했지만 결국 일어나지 않았나.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 원전 상황은 잘 모르지만, 기술력이 대단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원전과 관련 있는 모두가 노력해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됐다. 현재 주변 상황과 일본 원전 가동 현황은.
▲ 후쿠시마 원전 주변을 보면 지금은 방사선 수치가 많이 낮아졌고 대피한 주민도 돌아오고 있다. 반면 6년이 지났지만, 발전소 내부는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높아 사람 접근이 불가능하다. 내부 수치 조사는 로봇을 이용해 측정하고 있다. 일본은 사고 전 원전 50여 기를 가동했는데 사고 후에는 모두 가동을 중지했다. 그러나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는 원전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현재 3기가 가동 중이다. 사고 이전 일본국민의 원전 찬성이 60% 선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변해 반대가 60%를 보여 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찬성률을 50% 이상 끌어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보다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 원자력은 필요하다. 원자력은 전력뿐 아니라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고 잠재력도 크다. 단기적인 위험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국가와 생존을 위해 100년 이상 멀리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 다만 앞으로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개발과 활용도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원자력과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을 강화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 한국과 일본 모두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두 나라가 원전 안전과 사고 예방에 노력하고 있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 기술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이다. 원전에 종사하는 관련자들이 맡은 업무와 역할은 잘하지만, 횡적 교류가 없는 것이 문제다. 조직과 상명하복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래에서 위로 개인 의사가 잘 전달되고 전문가들과 활발한 교류가 있으면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도 기술자들이 자기 일만 하고 교류가 없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 월성원전 1호기가 수명연장 논란이 있다. 원전 수명연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 원전 기능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과 미국도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는 원전이 많다. 재심사하고 부품을 교체하면 수명연장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전은 국민에게서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원전 산업과 관련 기술자를 적극 지원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원전 전문가 등 인재를 발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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