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소설집 낸 화가 황주리 "진심의 가치 전하고 싶어"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 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소설이 그림이고 그림이 소설이에요. 그림이나 그리지 소설이나 쓰라든가 혹은 정반대의 이야기는 하찮은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꿋꿋이 소설을 쓰기로 했어요."
서양화가 황주리(60)가 두 번째 소설집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노란잠수함 펴냄)를 냈다.
2012년 첫 소설집 '그리고 사랑은'을 펴낸 뒤 작년 중순까지 4년간 집필한 단편소설 7편과 직접 그린 그림들을 묶어낸 책이다. 첫 소설집이 글을 먼저 쓴 뒤 이미지를 그렸다면, 이번 책은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대로 소설을 완성했다.
첫 소설 '불도그 편지'도 작가의 동생을 유난히 따랐던 불도그를 모델로 한 38점의 그림을 토대로 완성했다. 불도그의 눈으로 인간의 세계를 따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세상에 진정성의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개선문' 라비크처럼 세상을 향해 진심을 가진 주인공들을 표현해내는 소설들을 좋아했어요. 이번 소설의 주인공들도 삶에 대해 진정성과 진심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남들이 안 알아줘도 진정성 있게 살려고 애쓰는 것이죠."
책 이름을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한 마디만 더'에서 따온 것도 그 때문이다.
"카카오톡으로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누구에게 보냈는지 깜빡 잊기도 하고 받았던 메시지를 또 받기도 하잖아요. 커뮤니케이션도 대량생산의 시대, 기억상실증의 시대가 된 것이죠. 그런 시대에 로버트 브라우닝의 그 구절이 세상에 대한 진심의 중요성을 전하는 문구라고 봤어요.'
작가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쓸 수밖에 없다"라면서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탄 것처럼 모든 예술이 하나가 된 시대 아니냐"고 말했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2008) 등 여러 권의 산문집도 낸 작가는 글을 가까이하게 된 것은 출판사 신태양사를 경영한 아버지와 문학도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 '어린 왕자'처럼 100년 뒤 모든 세대에게 읽히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작가는 순수문화가 대중문화에 밀려서 가치를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내면서 "책을 끝까지 읽어달라"고 청했다.
"어떤 것도 연예인 기사에 밀려버리는 세상이니,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게 굉장히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소설을 쓰는 과정은 정교하며 매우 집중력이 필요한데, 막상 보는 사람은 안 보거나 듬성듬성 볼 뿐이죠. 그래서 저는 제 책을 끝까지 읽어주는 사람이 제일 좋아요."
이번 책은 두 가지 표지로 나왔다. 남녀가 입맞춤하는 모습에 가시 돋친 선인장이 포개진 흑백 표지를 디자인했다는 작가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화사한 색채 표지를 하나 더 만들어 내놓았다. 책은 448쪽, 가격은 1만5천8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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