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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비판 피하던 日민방 '아키에 스캔들'엔 '올인'…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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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비판 피하던 日민방 '아키에 스캔들'엔 '올인'…이유는?

전대미문 캐릭터·아동 등장에 관심…시청률 노린 듯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을 꺼리던 일본 민영방송이 오사카 초등학교의 국유지 헐값 매각으로 불거진 '아키에(昭惠) 스캔들'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아동이 등장하는 영상이 방송가의 최대 관심사인 시청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민영 방송사들의 와이드 쇼나 정보 프로그램은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있던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각 파문을 연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아키에 여사는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塚本) 유치원을 방문했다가 "아베 총리는 일본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원생의 말에 감동해 인연을 맺은 끝에 해당 초등학교에 명예 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모리토모 학원이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이 학교의 부지를 평가액의 14% 수준인 1억3천400만엔(약 13억6천만원)의 헐값에 사들이고 '아베신조 기념 소학교(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모금 활동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며 스캔들로 비화됐다.

쓰카모토 유치원은 특히 "한국인과 중국인은 싫다",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재일한국인과 중국인" 등의 표현이 담긴 편지를 학부모에게 보내 논란을 빚은 전력이 있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또 원생들에게 "아베 총리 힘내라. 일본을 악(惡)으로 취급하는 중국과 한국은 마음을 고쳐라"는 내용의 운동회 선서를 시키고 군국주의 시절 일왕의 교육칙어를 원생들에게 외우도록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증폭됐다.

그동안 정치 얘기를 좀처럼 다루지 않고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적인 소식도 제대로 알리지 않던 민영 방송이 아키에 스캔들을 유독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민방 테레비도쿄의 프로그램인 '저녁 세틀라이트(satellite)'가 아키에 여사가 쓰카모토 유치원에서 "(이 유치원의) 교육방침을 남편도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자 민방들이 취재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른 민방이 해당 유치원의 원생들이 운동회에서 "아베총리 힘내라"는 내용의 선서를 하는 영상을 '특종 보도'했고 이후 민방들은 '특종'을 주고받으며 관련 의혹을 소개하고 있다.

한 민방 관계자는 "처음에는 (와이드쇼에서 아키에 스캔들을 다루자) 보도국에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스캔들이) 사회 정의상 이상한 일인 데다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건인 만큼 다루지 않을 방법이 없다는 분위기"라고 방송국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에서는 전대미문의 퍼스트레이디 캐릭터로 불린다. DJ를 하고 이자카야를 경영한 바 있어서 좋든 나쁘든 일본 시청자들에게는 친근한 이미지로 비쳐진다.

민방의 와이드쇼 프로그램들은 한동안은 김정남 살해사건 보도에 집중했었지만, 속보가 줄어들면서는 아키에 스캔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이고 사토시(醍호<酉+胡>聰) 도쿄대 명예교수는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민방 제작자들이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아베 총리 부부로 화제가 돌려질 만한 영상은 내보내는 것을 피하는 공영방송 NHK의 보도 태도와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언론자유는 2012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점점 나빠지고 있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 순위에서 일본은 작년 72위에 올라 70위였던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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