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당국이 근로자 임금 올리라 요구…거부하면 단속 들어와요"(종합)
"中 기준 다 맞추는 건 불가능…신선식품 통관 끌기도"
도 넘은 '자국 우선주의' 중국…소비시장에도 배타적 장벽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중국은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데다 경제 성장 속도도 빨라 세계 모든 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소비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한국 등 외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만은 아니다.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우선주의'의 폐쇄성을 비롯한 중국의 독특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사례가 셀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중국당국은 외국업체들에게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이런저런 핑계로 단속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드 보복'과 같은 비상식적 당국의 규제까지 더해져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중국 외에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中 폐쇄성·자국 우선주의에 고전하는 기업들
인구가 14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은 유통기업들에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 시장이다.
일찌감치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 등 세계적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불매운동' 등에 곤욕을 치렀고, 국내 유통업체들도 대부분 '쓴맛'을 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민족주의 성향이 높아 자국 우선주의가 강하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이 줄줄이 실패하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롯데는 중국 공략에 대대적으로 나섰으나 수익을 내지 못해 현지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중국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우선 중국 현지에서 롯데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약하다"며 "또한 쇼핑시설들이 과포화 상태여서 유통업체가 자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양(瀋陽)만 해도 쇼핑몰 전체 면적이 대한민국 백화점 전체 면적을 합친 것보다 넓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아파트가 들어설 때 그에 걸맞은 쇼핑시설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도처에 쇼핑몰이 자리 잡고 있다.
임대료 부담도 크다. 중국은 임차방식이라 초기투자 비용은 적게 들더라도 임차료 부담이 지속된다.
이마트도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2010년 이후 구조조정으로 현재 매장이 7개로 줄었다.
이마트 역시 중국의 배타적 문화에 따른 현지화 실패, 높은 점포 임차료 부담, 입지 선정 실패 등 시장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고전했다.
국내 업체들은 화룬완자, RT-마트 등 현지 소비자에 대해 잘 아는 중국 현지 대형마트의 공세에도 밀렸다.
홈쇼핑업계도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지만, 대부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0년 중국 '럭키파이' 홈쇼핑의 지분을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현지 정부의 규제가 워낙 심해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 모방을 통한 현지 업체의 빠른 추격도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CJ오쇼핑은 중국 내 3개 지역에 진출했다. 중국 현지 미디어 업체와의 합작사인 동방 CJ는 설립 2년 만인 2006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취급고 1조 원을 돌파하며 중국 진출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CJ오쇼핑의 지분율은 초기 49%에서 현재 15%까지 떨어졌다.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다.
◇ 관시·짝퉁·모호한 기준에 시달리는 한국기업…"억울해도 구제 방법 없어"
식품업계도 중국 진출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다.
중국 제과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오리온 등 일부 성공사례도 있지만, 다수 업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 문화와 폐쇄성 등을 뚫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어느 나라나 자국 우선주의는 있기 마련이지만 중국은 유독 심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외국 문화에 대해 관대하고 외국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쉽게 흡수하는데 중국은 배타적인 면이 강하다"며 "그래서 글로벌 기업 가운데에도 유독 중국에서 고전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일단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진입에 성공했지만, 지나친 규제에 막혀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식품은 통관 절차 등 까다로운 규제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한국 식품에 대해 정기 검사를 하는데 미생물이나 농약, 중금속 오염 등의 수치를 객관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관영 언론을 통해 배포한다"며 "그러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법률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유통기간이 짧은데 특별한 이유 없이 통관 절차를 평소보다 길게 끌어 수출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 법률적으로 구제를 받을 길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률제도가 모호해서 불이익을 당했을 때 소송에 의한 구제가 불가능하다"며 "계약위반 시에도 소송으로 권리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중국에 진출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롯데리아, 할리스커피 등 여러 국내 외식업체들도 중국에 진출했다.
외식기업들도 '짝퉁' 브랜드 등 상표권 침해,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에 대한 배타적인 법률 및 업무 관행 등 애로가 작지 않았다.
한 외식업체 측은 "중국 당국에서 요구하는 환경, 소방, 위생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롭다"고 전했다.
국내외 대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중소기업들이 중국 측의 과도한 규제와 배타성에 무너지는 사례는 더욱 많다.중국에 진출한 한 생활용품 전문업체 관계자는 "임대세 등을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올리고 싫으면 나가라는 식인데 억울해도 사업을 계속하려면 참을 수밖에 없다"며 "환경보호 차원이라며 회사에 필요한 기계 작동을 못 하게 하고, 기계를 가동하려면 중국제로 바꾸라고 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지 공장직원들 임금 현황을 제출하라고 하고 당국이 임금을 올리라고도 한다"며 "이런저런 말을 안 들으면 꼬투리 잡아서 융통성 없이 단속하는데, 소송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자국민이 우선이고 한국인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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