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영 1년째 표류…박태환도 세계대회 준비 차질
"선발전 일정 아직 확정 안 돼 훈련 계획 수정 불가피"
호주 NSW 스테이트 오픈 첫날 자유형 100m 불참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한국수영이 1년째 표류하면서 우려했던 대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수영을 이끄는 대한수영연맹의 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한수영연맹은 재정악화와 집행부 불법 비리 행위로 지난해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지난해 2월 연맹 상임이사 등 간부들이 불법 비리 행위로 잇따라 구속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문화체육관광부 보조금 지원마저 중단되면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문체부 보조금 지원은 지난해 12월 말에 가서야 재개됐다.
수영연맹은 현재 대한체육회장인 이기흥 전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해 3월 사퇴한 뒤로 새 수장도 뽑지 못한 채 체육회 관리단체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위원회도 지난 1월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의 사임에 체육회 인사 등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해체됐다가 새로 구성해 3일에야 첫 회의를 여는 등 제구실을 못 해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장 선거는 물론 3월인데도 올해 대회 일정조차 확정된 것이 없다.
수영연맹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12회 제주 한라배 전국수영대회 개최 관련 공지'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 한라배 대회가 오는 17일부터 제주실내수영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항공권 및 숙소 예약 여부에 대한 지도자와 학부모의 문의가 급증하자 수영연맹은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와 아직 일정을 협의 중이고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알렸다.
결국 수영연맹은 하루만인 3일 "제주도체육회로부터 현재 결격단체인 제주도수영연맹이 정상화된 이후 대회 개최 계획을 재협의해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대회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
올해에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다.
대회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를 뽑으려면 선발전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수영연맹은 연맹 안팎의 사정으로 5월 중순 정도로만 가닥을 잡고 있을 뿐 아직 확정된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월 열리는 세계대회의 대표 선발전은 보통 4월에 치렀다. 5월도 예년보다는 늦은 편이다.
일정이 불확실하다 보니 선수들의 훈련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2011년 이후 6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박태환(인천시청)은 3일 시드니 올림픽파크 수영장에서 열린 2017 뉴사우스웨일스(NSW)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 첫날 남자 자유형 100m 경기에 참가신청을 했지만 불참했다.
세계대회 일정에 맞춘 훈련 과정의 하나로 대회 출전을 고려했던 박태환 측 관계자는 "선발전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아 훈련 계획이 많이 틀어졌다"고 밝혔다. 4일 열리는 자유형 200m 경기는 뛸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에 따른 귀국 일정이나 선발전 이후 훈련 계획 등에 대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박태환은 올해 세계대회가 헝가리에서 열리는 만큼 대표 선발전 이후에는 유럽에 머물면서 대회 준비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박태환뿐만이 아니다.
한국 여자 접영 최강 안세현(SK텔레콤)도 국내선발전을 치르고 나서 5월부터 세계대회 직전까지 유럽에서 중간 점검 차원에서 3개 대회에 참가하려는 큰 그림을 일찌감치 그렸다. 하지만 국내선발전 개최일을 몰라 세부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선발전까지 5월로 미뤄지면 기존 계획을 모두 바꿔야 하는 처지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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