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평택호 자전거길 '가족단위 라이딩 천국'
주한미군 평택기지·'오성뜰' 사이 안성천 둑길로 연결
자전거 전용도로 곳곳에 숨은 맛집, 라이딩 재미 더해
(평택=연합뉴스) 김종식 기자 =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5일)을 앞두고 봄 날씨가 완연해지면서 가족 단위 자전거 라이딩의 천국으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안성천∼평택호 연결 자전거길이 인기다.
안성천 둑 위로 난 길이 40여㎞의 자전거길은 경기 남부 평야 지대인 오성뜰을 지나 평택호로 연결되어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너비가 3∼5m로 넓고, 주변 경치가 좋은 데다 평택역에서 1㎞ 떨어진 곳에서 출발할 수 있어 수도권은 물론 대전, 천안, 당진 등 우리나라 중부권역 자전거 동호회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자전거길을 끼고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K-6)와 동요 '노을'의 배경지·억새밭 축제 현장 등이 자리 잡고 있고, 농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맛집이 곳곳에 숨어 있어 라이딩의 재미를 더해준다.
◇ 평택역 지근 거리로 접근성 양호…억새밭 축제현장서 출발
경부철도를 이용한 자전거 동호인들은 평택역에서 1㎞ 떨어진 군문교를 출발점으로 라이딩을 즐긴다.
수도권 1호선 전철 평택역 서부역 방면으로 내리면 4차선 도로가 연결되어 있고, 인도에 마련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1㎞(자전거로 3분)가량 가면 군문교가 나온다.
군문교는 평택 시내에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K-6)와 원평동 방면을 통해 38호선 국도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있는 안성천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다리다.
군문교 밑 안성천변은 가을철이면 억새 축제가 열려 수만 명이 찾는 명소다.
평택호로 연결되는 자전거길은 억새 축제 안성천 반대편에서 출발한다.
자전거길을 따라 서쪽으로 2㎞가량 떨어진 팽성대교 앞에 이르면 인근 음식점과 연계한 개방화장실이 나온다.
평택시가 조성한 자전거 전용도로의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개방화장실에는 자전거 거치대와 자전거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동요 '노을' 현장…오성뜰과 안성천이 길동무 되는 낭만길
팽성대교를 건너 안성천 둑 길에 오르면 좌측에 주한미군 평택이전 기지(K-6)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지 확장공사가 90% 이상 끝나 1천467만7천㎡ 규모의 기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우측에는 경기 남부지역 평야인 오성뜰이 펼쳐진다.
팽성대교 건너기 전 왼쪽에는 내리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오른쪽에는 중심 숲(20만㎡)이 계획되어 있다.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1984년 제2회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동요 '노을' 가사로, 평택 이동진 교사가 주한미군 이전기지 방향의 너른 오성뜰을 붉게 물들인 노을을 배경으로 노랫말을 만들었다.
2004년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동요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를 만큼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곳부터 평택호까지 안성천 둑 길을 따라 19㎞ 떨어진 평택·당진항 옆 평택호 관광단지로 연결된다.
오성면 창내리 등 자전거 전용도로 곳곳에 팔각정과 벤치, 자전거 거치대 등을 조성해 놓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너비 100여m가 넘는 안성천 둑길을 따라 시원한 봄바람을 맞고 달리다 보면 오성면 길음3리 안성천변에 유채밭 길이 1㎞가량 연결되어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족 단위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쉬면서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인근 주한미군과 가족들이 라이딩을 즐기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평택호 관광단지를 9㎞ 앞둔 현덕면 덕목리 자전거전용도로변에 휴게소가 자리 잡고 있다.
시에서 공중화장실을 설치해 3월 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국수, 두부김치 등을 판매하고 있어 허기를 달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인 현덕면 신왕리∼평택호 관광단지까지 4.9㎞ 구간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되지 않아 꼬불꼬불한 마을 안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
그러나 시골 마을 골목골목을 지나면서 농촌 지역 삶을 볼 수 있고, 곧바로 평택호 관광단지에 진입해 탁 트인 평택호를 맞게 된다.
평택호 관광단지는 본격개발되지 않았으나, 평택시가 자랑하는 소리터 공연장과 자동차 극장, 보트를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 등이 조성되어 있다.
평택호를 가로질러 충남 아산시 방면을 통해 평택시 방향으로 되돌아오면 미군기지를 다시 만나게 된다.
충남 아산시 구간은 자전거도로가 완벽하게 조성되지 않아 대부분 평택호 관광단지에서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
1주일에 2∼3차례 자전거 전용도로를 찾는 윤정희(36·여·평택시 통북동)씨는 "안성천∼평택호로 연결되는 자전거전용도로는 언덕이 없고 평지에 위치해 가족 단위 자전거 마니아의 천국"이라며 "모든 시설이 잘되어 있는데 화장실이 부족한 게 흠"이라고 말했다.
◇ 곳곳에 묵밥·붕어찜 등 숨은 맛집 '호평'
자전거 전용도로 인근에 평택사람만 찾아가 먹는 대표적인 먹거리인 '묵밥'과 '붕어찜' 식당이 숨어있다.
출발점인 팽성대교를 건너가면 자전거길에서 1㎞ 떨어진 곳인 창내4리 오성뜰에 묵밥집이 있다.
오성뜰은 넓고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어 옛날에 소도둑놈이 소를 훔쳐 도망가다 바둑판처럼 생긴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검거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처음 오는 사람은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다.
묵은 도토리에 오성뜰에서 분포하는 올방개(사초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줄기를 식용)를 넣어 식감을 쫄깃쫄깃하게 만들며, 사골육수를 사용해 보통 묵밥과는 차이나는 맛이 특징이다. 집에서 빚은 동동주도 싼값에 판매하고 있다.
평택사람들이 서울 등 도심에서 온 손님을 대접할 때 찾는 집으로,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전거 길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오성면 당거리 안성천변에 굴뚝처럼 생긴 건물에 전망대를 갖춘 식당을 찾길 권한다.
지상 4층 높이의 전망대에는 미군기지와 평택호 방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능이 백숙 전문점으로, 잠시 쉬었다 가는 손님을 위해 간단한 커피와 주스 등도 판매한다.
오성면 길음리 붕어찜 전문 식당은 안성천에서 잡은 붕어를 갈치구이처럼 토막을 내 요리를 하는데 나름대로 특별한 맛을 내고 있다,
안성천변에서 농사 관련 행사를 하면 평택지역 기관·단체장이 꼭 찾는 집이다.
항아리에 묻은 시원한 묵은김치를 세로로 길게 찢어 반찬으로 내놓는다.
평택역에서 팽성대교를 거쳐 평택호 방면으로 20㎞쯤 가다 보면 자전거 전용도로에 공중화장실을 갖춘 휴게실이 나온다.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가며, 내부에는 라이브 공연이 가능한 기타와 드럼 등 음악 장비가 갖춰져 있다.
국수·두부김치·커피 등을 판매하며 주인 역시 자전거 마니아다.
여사장 이병례(58)씨는 "겨울철에도 평일 50명, 주말 200명 정도인 자전거 인구가 3월 들어서면서 평일 200명, 주말 1천 명으로 늘어난다"며 "평지 자전거도로의 안전도가 높아서 가족 단위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최근에는 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2019년 한강~평택호 자전거도로 완공 예정
평택시는 주한미군 평택이전, 2035년 인구 120만 도시개발 등에 따라 도심을 가로지르는 안성천∼평택호 개발을 적극 서두르고 있다.
진위천과 안성천이 합류하는 곳 반경 5㎞에 중심 숲과 내리 공원, 소풍공원 등을 조성하는 '두물강 숲'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2012년부터 2015년 말까지 150억 원을 들여 평택호∼안성천 49㎞ 가운데 41㎞를 연결했다. 나머지 구간은 평택호 관광단지 개발 등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평택시청 건설하천과 자전거 도로팀 류경미 주무관은 "평택호로 연결되는 진위천의 일부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개설되지 못해 현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2019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며 "이 구간이 완공되면 서울 한강∼성남 분당∼수원 황구지천∼오산천∼평택 진위천∼평택호까지 자전거도로가 개설된다"고 밝혔다.
jong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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